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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영웅’ 브루스 윌리스의 영화, <호스티지>
김도훈 2005-03-15

돌아온 브루스 윌리스. 철없는 인질범들을 상대로 죽도록 고생하다.

브루스 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운 나쁜 경찰 역을 위해 태어난 배우다. 이번에는 LA 경찰국의 인질협상가 제프 탤리로 등장해 시작부터 인질 구조에 실패하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걸 잊어보고자 교외 마을의 경찰서장을 자원했더니 사춘기 딸의 히스테리는 통제불능. 시끄러운 가정사만 제외하면 살 만하다 싶었더니, 이번엔 정신나간 10대 세명이 교외의 저택에서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한다. 부유한 회계사와 아들 딸을 인질로 잡은 10대들은 최첨단 저택에 갇혀서 천방지축으로 날뛰고, 심지어 그중 하나는 ‘내추럴 본 사이코’임이 밝혀진다. 설상가상으로 인질로 잡혀 있는 회계사와 연관된 범죄조직은 제프의 가족을 인질로 붙잡고, 중요한 문서가 담긴 DVD를 저택에서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호스티지>는 ‘브루스 윌리스 영화’다. 새로운 것은 없다. 장르의 법칙 속에서 얼마나 공들여 긴장을 쌓아올리고, 액션의 호흡을 조절하느냐가 관건이다. 나머지는 브루스 윌리스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네스트>로 숨쉴 틈 없는 총격전의 미학을 대뜸 쏟아냈던 프랑스 감독 플로랑 에밀리오 시리는 좀더 과욕을 부렸다. <호스티지>에는 한정된 시간 내에 인질극도 해결해야 하고, LA에서의 협상실패로 얻은 트라우마도 벗어야 하는 동시에 납치된 가족도 비밀리에 구해야 하는 제프의 고된 과제가 있다. 문제는 등장인물들이 지나치게 많은데다 여러 개의 사건이 엇갈리다보니 오히려 서스펜스의 집중력이 감퇴한다는 사실이다. 거창한 규모의 인질극 하나에만 집중하기도 분주할 판에 수많은 사건과 인물들을 껴안고 달려가니 이를 소화할 여력이 없는 2시간이 종종 혼돈에 빠진다. 게다가 <호스티지>에는 수많은 모범적 스릴러 액션 장르에서 빌려온 장면들이 얼기설기 퀼트처럼 직조되어 있다. <패닉 룸> <다이 하드> <나홀로 집에>에다 (농담이 아니라) <에이리언2>와 <크로우>도 떠오른다. 각각의 순간들만 떼어놓자면 제법 즐길 만한 모음집이기는 하다.

그래도 브루스 윌리스는 묵묵히 최선을 다한다. 매번 지친 표정으로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지”라고 읊조리던 존 맥클레인의 페이소스는 <호스티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과욕으로 빈번하게 긴장의 끈을 놓는 연출에도 불구하고 브루스 윌리스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순간. ‘그때 그 영웅’의 믿음직한 환영은 또렷하게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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