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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스타일만 강조한 누아르, <달콤한 인생>

순간의 사랑을 한 대가로 파국을 향해 덧없이 끌려들어가는 한 남자. 그가 손에 쥔 것은 불붙은 각목과 총뿐.

<달콤한 인생>은 역설적인 제목이다. 우연히 어떤 사건으로 인생을 통째로 날려버리고, 온갖 위험의 구덩이에서 허우적거려야 하는 주인공의 상황을 표현하는 역설이자, 안타까움의 표시이기도 하다. 고급 호텔 매니저급으로 일하고 있는 김선우(이병헌). 일명 김 실장으로 통하는 이 사내가 실제로 하는 일은 호텔 강 사장(김영철)의 오른팔 격인 해결사다. 호텔 영업에 물의를 일으키는 자들이 있을 때마다 그는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며 강 사장의 신임을 얻는다. 한편, 조직 내 왼팔 격인 문석(김뢰하)은 호시탐탐 김선우를 쓰러뜨릴 계획만 세운다. 어느 날 보스는 김 실장을 불러 한 가지 부탁을 한다. 3일 동안 출장을 가는데 그 사이에 자신의 어린 정부를 감시하라는 것. 만약 다른 남자와 어깨라도 스치는 것 같으면 알아서 처치하라는 것. 그러나 김 실장은 잠깐 본 강 사장의 정부 희수(신민아)에게 마음을 뺏기고, 명을 어긴다. 그 즈음, 백 사장(황정민)파와 세 싸움을 하던 김선우는 백 사장이 부리는 해결사들의 손에 붙잡히고, 강 사장 역시 명령을 어긴 대가를 그에게 물으려 한다. 파국의 늪에 빠진 김선우.

<달콤한 인생>은 액션 누아르임을 강조한다. 액션과 누아르는 사실상 크게 관계가 없지만, 이걸 일종의 새로운 전략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다. <달콤한 인생>은 일정한 장르로서의 누아르 공식과 상업적 액션장면들을 적절히 섞어가며 분배를 시도한다. 혹은 존재론적인 의미들을 주요한 모티브로 놓고 인물의 갈등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주요 공간들은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세심하게 설계되었고, 그 안에서는 잘 짜여진 액션이 벌어진다. 어두우면서도 고급스런 조명 및 색감을 내는 것에도 많은 신경을 썼고, 캐릭터들은 비중있는 조역들로 구성되어 있어 흥미를 유발한다. 그중에서도 황정민의 연기는 가장 눈에 띈다. 그러나 영화가 담고 있는 어떤 진지한 태도가 상품으로서의 가치성 그 이상을 넘어서는 것에는 역부족이고, 지나치게 스타일을 강조하다보니 의미화하고자 했던 주제면의 흡착력이 상당 부분 떨어지는 구석이 있다. <달콤한 인생>은 아주 잘 세공된 비싼 보석인데, 빛이 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을 만든 김지운 감독의 4번째 장편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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