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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버디무비, <미스 에이전트2: 라스베가스 잠입사건>
이다혜 2005-03-29

너무 유명해진 여자 수사관, 라스베이거스 액션에 뛰어들다.

미스 USA 선발대회는 1편에서 끝났다. 다시 미인대회에 나갈 수는 없을 테니, 샌드라 불럭이 반짝거리는 보석에 명품 핸드백을 들고 미모를 뽐낼 기회는 없어진 것일까? 그럴 리가. <미스 에이전트> 때 기미를 보인 샌드라 불럭의 공주병 증세가 본격적으로 개화한다. <미스 에이전트2: 라스베가스 잠입사건>에서 그레이시(샌드라 불럭)는, 미스 USA 대회로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현장근무를 하기가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세계 평화에 앞장서는 초절정 인기녀 그레이시가 실연을 당했다는 것. 미인대회 우정상에 빛나는 그녀는 전편의 미남 수사관 에릭(벤자민 브랫)에게 차인다(그것도 전화로). 상사가 현장 근무 대신 제안하는 것은 ‘FBI 홍보요원’이 되라는 것. 실연을 당해 만신창이가 된 그레이시는 상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FBI의 ‘얼굴’이 된다. 한편, 너무 터프해서 팀워크에 문제가 있는 여자 수사관 샘(레지나 킹)은 그레이시와의 마찰 끝에 그레이시가 TV쇼에 출연해서 호신술 시범을 보일 때를 위한 ‘시범 조교’가 된다. 어느 날, 미스 USA인 셰릴이 납치됐다는 소식이 들리고, 그레이시는 라스베이거스로 가 친구인 셰릴의 구조에 뛰어든다.

<레이>에서 레이의 연인이자 음악적 동지였던 마지를 연기한 레지나 킹이 샌드라 불럭과 호흡을 맞추며 ‘여성 버디무비’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TV시리즈 <위드아웃 어 트레이스>의 FBI 수사관 대니 테일러 역으로 팬층이 두터운 엔리크 머르시아노는 어딘가 모자란 순정파 FBI 수사관으로 등장한다. 공동 제작자에 이름을 올린 샌드라 불럭의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욕심이 지나쳤던 탓일까. 영화는 조연의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샌드라 불럭 띄우기에 치중한다. 게다가 남자 스타일리스트인 조엘의 모습은 TV쇼 <퀴어 아이>에 나오는 호들갑스럽고 여성스러운 게이의 모습을 고스란히 베끼는 데 그쳐 어딘가 불편하다.

가장 흥미진진한 장면은 샌드라 불럭의 비중이 적은 드랙퀸 쇼 장면이다. 레지나 킹은 티나 터너의 노래에 맞춰 영혼이 흔들릴 듯한 엉덩이 춤을 보여주고, 신나는 음악과 드랙퀸 티나 터너‘들’은 스크린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돌리 파튼의 가슴을 퐁퐁 찔러보는 것 정도로는 세계 평화는 고사하고 세계 웃음도 끌어내기 힘들다. 영화를 보고 나서 라스베이거스는 참 볼 게 많은 도시로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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