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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시대의 음반 구입기
2001-07-11

김봉석 칼럼

나는 요즘 러브 사이키델리코라는 록밴드에 열중하고 있다. 사용하는 컴퓨터마다 전곡을 MP3 파일로 깔아놓았고, 차에서는 음반을 듣는다. 아는 사람들에게 메일로 노래를 보내주기도 한다. 처음 그들의 노래를 들은 것은, 1년 전 일본에서였다. 음악TV를 보다가, 러브 사이키델리코의 첫 싱글 를 처음 들었다. ‘러브’와 ‘사이키델릭’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그들의 음악은 60년대 지향성을 강하게 띠고 있다. 여성 보컬의 목소리도 당당하고 매력적이다. 인상적이었지만, 싱글음반을 사러갈 생각은 없었다.

몇 개월 뒤 그들의 음반이 나온 것을 알았다. 첫 번째 음반의 제목은 건방지게도 . 일본음악 개방 이야기가 한참 무성하던 참이라, 망설이다가 포기했다. 혹시 조금만 기다리면 라이선스로 나오지 않을까, 하며(일본의 음반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아는 노래는 하나뿐이었다. 돌아와서는 인터넷을 뒤졌다. 그리고 러브 사이키델리코의 전곡을 발견하고, 다운을 받았다. 그러다가 5월달엔가 NHK 위성방송에서 러브 사이키델리코의 미국 클럽 순회공연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그걸 보면서, 결심했다. 다시 일본에 가면 당장 음반을 사야지.

(MP3의 확산이 음반 판매를 줄인다는 음반회사의 주장을, 나는 믿지 않는다. 이번 경우만 해도 나는 MP3를 듣고, 음반 구입을 결정했다. 물론 노래가 그저 그랬다면 굳이 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매력을 느낀 나는 싱글음반까지 모두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MP3가 음반의 소비를 줄인다면 그건, 대충 만든 음반이 순간 반짝하며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판매되는 것 중에서 허수를 줄이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오히려 충실한 팬을 늘리는 데에는 MP3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MP3로 노래를 확인하고 음반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MP3로 들을 수 없다면 음악방송이나 라디오 등에서 듣고 확인을 한다. 물론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MP3가 낫다. 한두번 들어서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만약 그런 방법이 불가능하다면? 안 사고 만다. 이미 충분히 확인하고, 좋아하는 뮤지션이 아니라면.)

다시 일본에 갔을 때, 무수한 중고 음반가게를 뒤졌다. 그리고 와 싱글음반 두장을 건졌다. 중고품의 가격은 신품의 약 50∼70% 정도였다(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을 가면 중고품 상점이 많이 있다. 그런 걸 보면 재화나 자연의 ‘리사이클’ 개념이 분명하게 자리잡은 곳이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 정도의 가격이면 국내에서 수입음반을 사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러브 사이키델리코의 노래는 이미 MP3로 확인했던 분명한 즐거움이고, 가격도 만족스러웠다.

이건 그냥 개인적인 ‘사치’의 시시콜콜한 과정에 불과하다. 그걸 과장한 생각은 없다. 다만 하나의 ‘상품’을 사기까지는, 개인마다 꽤 복잡한 과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부연하고 싶다. 혹자들이 쉽게 말하는 것처럼, 거대 기업의 ‘조작된’ 상품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건 반드시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대중이 무지하기 때문에 즉물적으로 반응한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 인터넷에 무한대의 정보가 넘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수많은 정보사이를 헤엄치며 자신이 원하는 섬에 도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수영법이 아닐까?

lotu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