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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금순아>, 금순이는 소공녀이자 바른생활 캔디의 혼합

금순이는 소공녀와 바른생활 캔디의 혼합형이다

며칠 전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드라마를 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에 비유한 글을 읽고 한참 웃은 일이 있다.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씩씩한 모습, 사랑하는 사람이 일찍 죽은 점, 특유의 순수함으로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기술 등이 ‘캔디'와 꼭 닮았다는 것이다. 금순의 옛 남편을 안소니에 비유하고, 앞으로 금순의 상대역이 될 지환을 테리우스에, 얄미운 듯 보이지만 결국 금순을 좋아하게 된다는 태완을 닐에 비유하였는데, 읽고 보니 그럴 듯 한 것이 참 재미있는 글이었다.

그 글을 읽고 나도 <굳세어라 금순아>를 비롯한 한국의 코믹 멜로 드라마들을 어설프게나마 두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보았다.

신데렐라 드라마와 소공녀 드라마

우선 <파리의 연인>과 같은 ‘신데렐라 드라마’가 있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예쁜 여주인공이 부잣집 남자와 만나 결혼한다는,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사랑 받는 유형의 드라마. 또한 ‘소공녀’도 빼놓을 수 없는 유형이다. <형수님은 열아홉>, <위풍당당 그녀> 등 온갖 구박을 견디며 어렵게 살아온 여주인공이 알고 보니 어느 재벌가의 막내딸이라는 내용인데, 밝혀질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한 전개와 ‘본투비’ 악녀의 활약이 특징이다.

이때 ‘캔디’는 ‘소공녀’와 ‘신데렐라’ 드라마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나는 이 캔디 역시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고 본다. 바른 생활 캔디와 삐딱캔디. <위풍당당 그녀>, <명랑소녀 성공기>의 배두나와 장나라가 바른생활 캔디의 대표주자였다면, <발리에서 생긴 일>의 하지원은 좀처럼 보기 힘든 삐딱한 캔디 캐릭터였다. 항상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만 하는 바른생활 캔디들과는 달리, 하지원 캔디는 필요하다면 옳지 못한 일도 행동에 옮긴다는 점에서 남달랐다고 하겠다.

악녀도 그럴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굳세어라 금순아>는 어느 쪽일까? 나는 '소공녀 드라마'와 '바른생활 캔디'의 혼합형이라고 부르고 싶다. 물론 전형적인 ‘소공녀 드라마’라고 볼 수는 없지만, 나는 오히려 그 점을 다행으로 여긴다. 소공녀 드라마의 전형적인 스토리, 조연급들이 모두 주인공을 위해 존재하듯 그려지는 모습만 보면 화가 치민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만 해도 그렇다. 어린 시절부터 괴롭혀 온 악녀(본투비 악녀), 유학 다녀왔다면서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괴롭히는 악녀(하늘에서 뚝 떨어진 악녀) 등 오로지 주인공을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가 바로 ‘소공녀 드라마’ 속의 ‘악녀’가 아닌가.

그러나 <굳세어라 금순아>는 모든 인물들의 성장과정을 미리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로 하여금 그들 모두에게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다. 예를 들어, 앞으로 금순과 여러모로 부딪히게 될 은주는 일반적인 소공녀 드라마에서는 매우 표독스러운 악녀로 그려졌을 캐릭터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녀가 못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함으로써 그녀를 ‘미워할 수 없는 악녀’로 만들었다. 말하자면 악녀에게도 발언권을 준 셈이다.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이른 재혼 등 어린 시절 받은 상처로 인해 가족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 그녀는 어쩌면 드라마상에서 가장 외로운 인물일지도 모른다. 가족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기에 재희의 사랑이 더욱 간절할 테고, 그렇기에 앞으로 금순과 부딪히면서 벌일 ‘악녀’스러운 행동도 어느 정도 정당성을 부여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는 이유는 각각의 인물들이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점이다. 손자 봐주는 일을 귀찮아 하는 금순의 시어머니, 할머니를 모시기 싫어하는 금순의 친척, 그리고 소심하지만 순진하고 착한 큰 형. 모두 성격적 결함들은 있으나 미워할 수도 없는, 바로 우리 주변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이다.

남자의 잘못을 여자의 표독스러움 탓으로 돌리지마라!

앞으로 재희와 금순, 그리고 은주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셋의 감정과 사랑, 상처를 치우침 없이 골고루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은주만 나쁜 사람 만들지는 말자는 이야기다. 재희도 따지고 보면 애매모호한 태도로 은주를 만나왔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고, 은주의 입장에서는 도리어 금순이 ‘갑자기 나타난 악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어여쁜 당신>의 경우, 은주와 비슷한 입장의 주은이라는 여자가 너무나 전형적인 악녀로 그려져 안타깝기도 하였다. 정말 나쁜 사람은 교묘하게 양다리를 걸쳐온 남자가 아닌가! 제발 <굳세어라 금순아>에서는 남자의 잘못을 여자의 표독스러움 탓으로 돌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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