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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밤, 그 절망과 희망의 변곡점, <하와이, 오슬로>
박은영 2005-05-03

<매그놀리아>로 날아든 엔젤 오브 시티, 그 밤의 비극을 재구성하다.

예지몽을 꾸는 비다르(트론 에스펜 세임)는 환자 레온(얀 군나 뢰이스)이 앰뷸런스에 치어 죽는 꿈을 꾸자, 이를 막고자 한다. 레온은 어린 시절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의 재회를 앞두고 두려울 때의 버릇대로 밤길을 달린다. 강도죄로 복역 중인 레온의 형 트리그베는 모범수로 외출을 허락받지만, 다른 범죄를 모의한다. 프로데와 밀라는 어렵게 얻은 첫아이가 희귀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고, 수술할 돈을 구하지 못해 절망에 빠진다. 거리를 배회하는 어린 형제, 자살 상습범인 왕년의 여가수, 그녀를 구하는 앰뷸런스 기사, 신문을 배달하는 흑인 소녀. 우리는 이들 모두가 한자리에 있는 것을 첫 장면에서 보게 된다. 그로부터 정확히 24시간 동안 이들은 서로 스쳐 지나가고, 결국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변하지 않은 것보다 변한 것이 많은 채다.

노르웨이에서 날아온 <하와이, 오슬로>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영화다. 서로 무관해 보이는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조금씩 서로 맞물리면서, 거대한 퍼즐을 완성해가는 이야기 구조는 <숏 컷>과 <매그놀리아>를 닮았고,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주인공의 24시간에 걸친 분투는 한국영화 <썸>을 연상시킨다. 자칫 <매그놀리아>의 아류작에 그칠 수도 있었던 <하와이, 오슬로>는 그러나, 도시의 수호천사에 다름 아닌 주인공의 활약을 강조하면서, 애조와 온기를 동시에 발한다. 레온에게 끔찍한 일이 닥칠 거라는 걱정으로 잠못 이루던 비다르는 밤길에서 만난 어린 형제를 이렇게 다독인다. “뇌졸중 환자가 창문에서 두 아들에게 손짓하다 현기증이 나서 떨어져 죽었어. 큰아들은 손짓을 한 자기 잘못으로 알지만, 창문 걸쇠가 고장나 있었지. 남자는 어지러웠고. 과연 누구 잘못일까?” 너희에겐 아무런 잘못이 없다, 괜찮다, 괜찮다는 얘기다. 편지 배달 소녀에겐 이렇게도 말한다. “기억해? 나 없는 넌 방황하는 별에 지나지 않고, 왕국 없는 공주이며, 줄 없는 기타라고 했지. 하지만 원래는 이 말이 하고 싶었어. 사랑해.” 그가 마주치는 이들에게 횡설수설 건넨 한마디는 많은 걸 바꾸어놓는다.

“난 오슬로에 있는 하와이에 갈래!” 하와이에 가자는 형 트리그베의 제안에, 레온이 여자친구가 기다리는 카페 하와이로 가겠다고 버틴 데서, 유래된 제목. 노르웨이의 촉망받는 감독 에릭 포페의 두 번째 영화로, 그의 오슬로 3부작 중 2부에 해당한다. 광고와 뮤직비디오계에서 상당한 이력을 쌓았던 감독은 여러 인물이 엇물리고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도시의 밤, 그 절망과 희망의 변곡점을 효과적으로 영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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