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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죽음을 각오한 대결, <2LDK>
권민성 2005-05-10

사소한 말다툼이 개싸움으로. 세상에서 불구경하고 남 싸움구경만큼 재미있는 게 없다지?

기타무라 류헤이의 <아라가미>에 이은 ‘Duel Project’의 두 번째 작품. 제목인 동시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2LDK’는 원래 ‘2 Living Room, A Dining Room, A Kitchen’ 즉 방 2개, 거실에 부엌이 딸린 아파트나 맨션의 일본식 약어. 그러나 쓰쓰미 유키히코는 이 평범한 공간을 ‘2 women, Love, Die, Kill’을 연상시키는 끔찍한 곳으로 바꿔놓는다.

같은 연예 기획사 소속인 라나(노나미 마호)와 노조미(고이케 에이코)는 도쿄의 2LDK 아파트에서 동거 중인 여배우들이다. 선후배 사이인 둘은 성격과 취향이 완전히 다르다. 포르노 배우 출신인 라나는 구찌, 샤넬 등만 걸치는 명품족에 남자관계가 복잡하고 성공에 목숨 건 여자. 반면 섬 출신으로 도쿄에 상경한 노조미는 ‘도시에서는 승자가 되는 것이 살아남기 위한 규칙’이라고 믿는 배우 지망생이다. 평소 계란에까지 자기 이름 이니셜을 써둘 정도로 기본 규칙에 철저한 노조미에 대해 라나는 쪼잔한 내숭쟁이라고 욕한다. 동시에 오디션 최종 결과 발표를 기다리면서 신경이 예민해진 두 사람은 보이스 오버로 치사한 속내를 드러내며 둘 사이의 위기를 예고한다. 남자문제로 자신을 화나게 한 라나에게 노조미가 자기 샴푸를 함부로 쓰고 욕실에 머리카락을 잔뜩 남겼다며 시비를 걸면서 사소한 싸움이 시작된다. 영화 시작 30분까지 케첩, 트로피, 소화기까지 동원하는 대목은 거의 코미디에 가깝다. 특히 라나가 전기톱으로 문을 자르는 장면에서는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가, 일본도를 휘두르는 장면은 <킬 빌>의 대결이 떠오른다.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의 목에 쇠꼬챙이를 찔러 넣는 장면에서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라스트신마저 연상된다. 전기 고문까지 이용된 점입가경의 난투극은 광기어린 액션 활극으로 돌변하다가 결국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건달 부인 역에 동시 합격했던 두 사람이 인생에선 공동 패배하고 만다는 부분은 영화의 지배적 정서가 역설과 아이러니임을 증명한다.

<2LDK>는 플롯도, 주인공들의 난투 원인도 지극히 단순하다. 그러나 <소년 탐정 김전일>의 연출가 쓰쓰미 유키히코는 이 단조로운 영화에 코믹과 공포를 적절히 배합하고 기이하게 비틀어서 신선한 느낌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죽음을 각오한 대결’이라는 주제로 합리적인 ‘뻥튀기’를 한 이 작품은 2003년 필라델피아영화제에서 특별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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