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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요지경 세상, <안녕, 프란체스카>
강명석 2005-05-19

MBC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왜 프란체스카는 두일이를 사랑하게 됐을까. 두일이는 프란체스카 가족이 늘 말하듯 그리 인기있을 남자도 아니고, 이켠과 일합을 겨룰 정도로 멍청하단 소리도 듣는데 말이다. 하지만 사실 프란체스카는 당연한 선택을 했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세계에서 정상적인 남자를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앙드레는 무능력한데다 말만 많은 도박 중독자고, 이켠은 바보이며, 그의 친구는 아직도 어머니에게 손벌리는 백수에 드라마와 영화 속의 세계에 빠져 있다. 그나마 괜찮은 남자가 한번 나오나 했더니 알고보니 게이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생활력 있고 사고방식도 정상적인 남자는 딱 두 사람, 남자라기보다는 엘리자베스의 ‘선생님’인 ‘장쌤’과 두일뿐이다. 반대로 여자들인 소피아나 프란체스카는 집안‘일’을 하고, 엘리자베스는 직장이 있으며, 안성댁은 단숨에 전 재산을 찾을 정도의 능력이 있다. 그러니 안성댁이 “그래서 난 퐈~보 남자만 사랑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당연하다. 안성댁의 재산을 몽땅 들고 도망친 미미는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앙드레는 두일의 퇴직금을 들고 도망치니 말이다. 앙드레 말대로, ‘안프 월드’에서 여자 팔자는 두레박 팔자다. 그리고 남자들은 두레박을 끌어올리기보다는 더 깊은 우물 속으로 내려버린다. 그에 비해 두일은 성실하고 상식적이며, 소피아 말대로 ‘착한’ 사람이다. 착하다는 것은 곧 프란체스카의 엽기적인 행동을 모두 받아들여주고,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최근 에피소드에서 보여준 대로, 두일은 예쁜 옷을 입고 다른 사람인 척하는 ‘조신한’ 프란체스카 대신 검은 옷을 입은 원래의 욕심 많고 집착적인 프란체스카를 사랑한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악녀 대신 악남이 등장하고, 순종적인 여성 대신 인내하는 남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은 TV가 그동안 얼마나 획일화되고 편견에 빠져 있는 사랑만을 보여주었는지 증명한다. 백치 여성을 사랑하는 남성의 판타지는 온갖 방법으로 포장되지만, 바보 남자를 사랑하는 안성댁의 판타지는 코미디가 된다. 그래서 <안녕, 프란체스카>는 익숙함과 전복 사이의 균형점을 절묘하게 파고든다. 티격태격하는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장르적 관성에 가까운 시트콤의 법칙 중 하나지만, 그것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소화함으로써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상식들을 우스운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각각의 에피소드는 익숙한 흐름으로 흘러가지만, 쉴새없이 그것의 허구를 지적하는 전개는 일단 잘생기고 봐야 주인공을 하는 드라마에 진절머리를 치던 삐딱한(?)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충격을 준다. 그래서 <안녕, 프란체스카>는 모든 이들이 기분 좋게 볼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흐뭇하지 않은가. 남자들을 쉴새없이 갈아치우고, 일을 위해 나이를 속이며,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여자가 시청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는 시트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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