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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팬 부른 MBC 월화드라마 ‘환생-next’

환생할 때마다 변하는 사랑 협업제작 통한 접근 신선

준비부족은 치명적 한계

지난달 시작한 문화방송 월화드라마 <환생-넥스트>가 저조한 시청률 성적에도 불구하고, 독특하고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시대를 오가며 얽히는 네 남녀를 통해 운명적 사랑에 대한 물음을 다룬다는 점이 독특하다. <은행나무 침대>나 <번지점프를 하다>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미 ‘환생’이라는 소재를 다뤄 식상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환생을 이용하는 양상은 사뭇 다르다. 주로 시공간을 뛰어넘은 순절한 사랑을 다룰 때 ‘환생’이라는 설정을 이용하는 데 견줘, <환생-넥스트>는 이런 정형에서 벗어나 있다. 환생을 할 때마다 변하는 사랑을 통해, 과연 운명적 사랑이란 게 있는지를 반문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작가 5명과 피디 3명의 협업 제작 시스템도,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큰 틀에서 바뀌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짧게는 16부작부터 길게는 100부작까지 각각 한 명의 작가와 연출자가 드라마를 만드는 전근대적 드라마 제작 관행, 곧 작가나 연출자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지 않고는 드라마를 끌어갈 수 없는 비효율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협업 방식은 제작 시스템 변화의 중간 과정 정도로 볼 수 있다.

<환생-넥스트>의 장점들은 한계와도 이어진다.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예정작의 파행으로 급히 기획된 드라마라는 것이 태생의 한계이다. 피디와 작가들이 거의 한 달 동안 밤을 새우다시피 준비했다지만, 피디와 작가가 바뀔 때마다 이야기의 흐름이 단절되는 느낌이 두드러진다. 여러 시대를 오가는 복잡한 설정 때문에 배우들이 수시로 바뀌는 캐릭터와 중층적인 인물 관계 등에 대한 충분한 숙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시간적 제약은 배우들이 연기력을 뽐낼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 연기의 미숙함이 지적받는 이유다.

한계와 단점들이 아쉽지만, 대체로 <환생-넥스트>는 선방하고 있다. 한 자릿수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환생연’이라는 마니아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특히 몽고 장군 카사르(류수영)와 자운영(박예진)의 연애담은 열띤 호응을 불렀다. 스토리가 정돈돼 펼쳐졌고 영상미도 좋았다는 반응이다.

13, 14일 방송될 9, 10회는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할 때, 일장기 말소사건 주도자인 신문기자 석호(류수영)와 간호사 정인(박예진)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지막 11, 12회에선 주인공들의 미래 모습을 다룬다. 새롭고 독특한 드라마적 모험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눈길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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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화방송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