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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위험한 협상, <어썰트 13>

총 10명으로 시작하여 과연 몇명이 세상 밖으로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인가.

폐쇄된 낡은 경찰서에 모인 루저들. 12월31일, 때마침 몰아친 눈보라. 마약과 좌절감에 찌든 경찰들이 술과 함께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을 찰나, 눈길을 피해 허술한 죄수 호송차가 도착한다. 경찰을 살해한 거물급 마약상과 세명의 애송이 범죄자들은 폭설로 고립된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 묵게 된다. 그런데 새해가 밝기도 전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무리가 경찰서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총부리가 경찰서 안 모두에게로 향해 있음을 직감한 루저들은 살아남기 위해 경찰과 범죄자라는 신분의 차이를 잠시 잊기로 한다.

입구는 있으나 출구는 없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언제나 기본 이상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더구나 외부의 적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모호한 상황에서는 내부의 두려움과 혼란의 밀도가 상승하게 마련이다. <어썰트 13>은 버려진 경찰서 안에서 세상으로부터 버려질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갈등의 두축은 경찰과 범죄자의 정체성이 아니라 경찰서 안의 버려진 사람들과 경찰서 밖에서 그들을 제거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영화는 선악의 구도나 적군과 아군의 구도 대신, 지금 이 순간을 버텨 살아나가려는 생존자들의 직감과 협력 혹은 배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연히 거대한 스케일의 싸움이나 동지애 따위보다 중요해지는 것은 순간순간 일어나는 미세한 반전과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갈등의 구조, 이에 동요하는 인물들의 심리이다.

제한된 공간 내에서 최대치의 긴장감을 끌어내기 위해 비대칭적인 앵글과 핸드헬드로 상황의 급박함을 전달하는 카메라, 그리고 시종일관 어두운 푸른 톤을 유지하는 화면은 경찰서의 고립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무엇보다 영화는 경찰서 안에 갇힌 인물들에게 다양한 맥락과 성격을 부여해 폐쇄된 공간 내부의 지루함을 상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아무래도 에단 호크이다. <비포 선셋>에서 확인했던 세상에 지쳐 몽롱해진 그의 얼굴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피로함의 멋을 풍기며, 마약상으로 분한 로렌스 피시번 또한 단순하지만 육중한 카리스마를 뽐낸다.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영화는 격전의 클라이맥스 없이도 시종일관 일정 수준의 긴장을 지속시키는 데 성공한다. 원작은 슬래셔영화의 고전, <할로윈>을 감독했던 존 카펜터의 <분노의 13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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