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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한 3D 영화,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모험: 3-D>
김수경 2005-07-19

<오즈의 마법사>의 안이한 3D 버전. 샤크보이와 라바걸은 고군분투, 로드리게즈는 태연자약.

누구라도 한번쯤은 셀로판지로 만든 입체안경을 쓰고 3D영화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시민회관에서 부모님 손을 꼭 잡은 채로.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모험: 3-D>는 <스파이키드 3D>를 만든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두 번째 입체영화다. 아이들과 입체영화의 여름 데이트는 <태극소년과 흰독수리>를 상영하던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오른쪽은 녹색, 왼쪽은 빨간색인 안경 색깔이 변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애니메이션의 주류인 3D는 실사영화에서는 아직은 미완의 영역이다.

발명을 즐기는 아버지의 성격을 닮은 주인공 맥스(케이든 보이드)는 몽상가다. 맥스가 매일 자신의 꿈을 정리하는 드림저널을 훔치고 그것에 낙서하는 악동 라이너스와 반 친구들, 과학선생님(조지 로페즈)은 맥스를 또라이로 취급하며 괴롭힌다. 집으로 돌아와도 맥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아버지가 못마땅한 어머니는 맥스에게도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며, 부모님은 툭하면 부부싸움을 한다. 방학을 맞은 맥스는 갑자기 불어닥친 회오리바람을 통해 자신이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샤크보이(테일러 로트너)와 라바걸(테일러 둘리)을 만난다. ‘바다의 왕자’ 샤크보이와 ‘화산소녀’ 라바걸은 고향별인 드롤 행성이 위기에 빠진 사실을 그에게 알린다. 맥스는 행성을 구하기 위해 그들과 길을 떠난다.

<오즈의 마법사>와 유사한 이야기 구조는 나쁘지 않다. 학교에서 맥스를 괴롭히던 라이너스와 과학선생을 악의 무리로 치환시킨 1인2역의 설정이나 주인의 상상에서 비롯된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존재는 흥미롭다. 닥터 일레트릭(조지 로페즈)의 목적대로 아이들이 꿈을 꾸지 못하도록 끝없이 움직이는 롤러코스터 같은 장치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하다.

문제는 비주얼이다. 그 옛날과 달라지지 않은 안경을 통해 바라보는 3D는 조악하고 평면적이다. <스파이 키드 3D>에서 보인 재기발랄함은 <샤크보이와 라바걸의 모험: 3-D>에는 없다.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오죽하면, “로드리게즈는 3D를 택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1D”라고 혹평했다. 어둠침침한 암부의 화면과 자주 흐릿해지는 형상들은 확실히 눈에 거슬린다. 로드리게즈가 아들 레이서와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세 아이를 출연시킨 로드리게즈에게 이 영화는 즐거운 가족파티였을 터. 그러나 객석의 상황은 좀 다르다. 누구보다 영상에 민감한 디지털 키드들이 화면의 질감이 떨어지는 3D영화를 변치 않은 색안경을 쓰고 보는 일을 기꺼워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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