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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한 범죄스릴러, <이노센스>
이영진 2000-02-01

얼룩덜룩한 욕망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이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끈적거리는 쾌감까지 포기할 순 없다. 스릴러를 즐기기 위한 기본자세는 스크린에 시선을 맡겨두고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 머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땀에 절어 있는 몸뚱이를 일으킬 때 느슨한 정신을 긴장케 하는 한기까지 파고든다면 아주 훌륭한 관람이 될 테지만, <이노센스>는 그 경지엔 이르지 못한 범상한 범죄스릴러다.

<이노센스>는 한 남자의 아내와 정부가 공범이 되어 남자를 죽인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실은 남자는 죽지 않고 살아나, 심장병을 앓던 아내가 쇼크사해버린다. 아내의 재산을 노린 릭과 정부 엘시의 음모였던 것이다. 전반부는 영화 <디아볼릭>의 설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내를 죽이는 데 성공하지만 릭과 엘시는 서로 틀어지고 결국 감옥과 재판정에 서게 된다. 신문기자 엘든의 증언이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르는데, 엘든의 증언까지 계산해놓은 음모의 전모는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난다. 잘 짜여진 범죄스릴러는 안 속으려고 애를 써도 깜박 넘가는데, <이노센스>의 반전은 무릎을 칠 만한 구성의 묘와 속도감이 없어 얼마간 심심하고 억지스런 느낌이 있다. 전반부에 심어져 있는 엘시의 욕망이나 엘든의 성적 열등감도 후반부에 이르면 제거되고 대사나 내레이션으로 간략하게 대치된다. 법정 장면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이때문. 전개나 캐릭터 면에서 <U턴>과 비슷하지만, 치밀한 플롯이나 시점의 안배가 아쉬운 작품.

릭역은 <블루 벨벳>의 사이코 유괴범인 프랭크 부스로 유명한 데니스 호퍼가, 엘시역은 카메론 디아즈를 연상시키는 금발의 마를리 쉘튼이, 마샤역은 <플레젼트빌>의 탈리아 샤이가 맡았다. 일본계 출신인 기쿠오 가와사키 감독은 <페이스오프> <브로큰 애로우>의 오우삼, <러브레터>의 진가신 <가정교사>의 쇼이지 이주미 등처럼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양계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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