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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판타지를 아느냐?
2001-07-20

누군가가 판타스틱 영화라는 게 도대체 뭐요? 하고 물으면 나도 속시원히 대답해줄 요량이 없다. 그래서 판타지, 혹은 판타스틱이라는 용어가 사전에는 어떻게 씌여져있나 궁금했다. 삐리때 - 다른 말로 학삐리 라고도 하는, 학생들을 지칭하는 386세대의 양아적 은어 - 부터 가지고 다니며 이사할 때마다 이걸 버려? 말아? 고민하던 1926년에 출생하신 한 영어감수자가 펴낸 1982년판 영한 대사전을 들쳐보았다. 거기엔 이렇게 씌여져있다. ‘판타지: 종작없는 상상 또는 공상, 환상’ 종작없는? 그렇다면 판타스틱 영화란 ‘종작없는 상상 또는 공상, 환상을 다룬 영화’가 된다. ‘판타스틱 : 별나고 괴상한, 상상의, 근거없고 믿어지지 않는, 또는 뛰어난’ 데뷔작 <조용한 가족>에서부터 인터넷 영화 <커밍아웃>까지 줄줄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소개된 나는 종작없는 상상 또는 공상과 환상을 다룬 영화감독이거나 별나고 괴상한 상상의 근거없고 믿어지지 않는 (또는 뛰어난) 내용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된다. 재밌군.

혹자는 어떻게 들을지 모르지만 내가 영화를 만들면서 내내 고민하고 고통스러워 했던 부분이 리얼리티에 대한 부분이었다. 현장에서도 배우들에게 “그건 리얼하지가 않아” 하면서 다그치지 않았던가. 리얼리티에 대해서 나름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고민, 고민하면서 만들어 놓으면 별나고 종작없는 판타스틱 영화제에나 초대되고…, 정말이지 종잡을 수가 없구만. 그렇다면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인데 혹시 어떤 합리적인 패턴과 질서가 있다고 믿는 세상이 별나고 괴상하고 종잡을 수 없는 어떤 것이 아닐까? 이 세상은 불합리가 부조리하고 모순된 카오스의 세상이 아닐까? 데이빗 핀처도 대런 아로노프스키도 로이드 카우프만도 구로자와 기요시도 미이케 다카시도 세상은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두려움의 대상 아니었을까? 살바도르 달리도, 앤디 워홀도, 르네 마르그리트도 자기가 그린 세상이 현실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굳이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적이다라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현실 반영에 대한 피곤함을 거론하지도 않더라도 지금 세상을 둘러보라. 과연 우리가 무엇을 리얼리티라고 말할 수 있고 무엇을 판타지라고 말할 수 있는 지. 현실의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에 대한 감지와 전율. “판타지는 리얼리스트의 전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