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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 없이는 시청률도 없다!
강명석 2005-08-04

장르 혼합은 인기 드라마의 대세

<내 이름은 김삼순>

인기 드라마에는 별일이 다 생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내 이름은 김삼순>의 촬영현장을 다녀왔다며 ‘스포일러’를 인터넷에 올리는 일. 스포일러? 로맨틱코미디에?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이 드라마는 ‘로맨틱코미디’라기보다는 ‘로맨틱스릴러’니까. 키스만 하면 다 끝날 줄 알았던 로맨틱코미디는 남자의 ‘우유부단’으로 ‘반전’을 만들고, 그로 인해 진헌(현빈)이 삼순(김선아)에게 갈 거라는 당연한 수순을 드라마 최대의 ‘미스터리’로 만들었다. 사람이 꼭 죽어야 스릴러인가. 궁금하게 만들면 스릴러이지. 물론 덕분에 ‘우리 허니’(헌이)는 욕도 많이 먹었지만, 덕분에 <내 이름은 김삼순>은 주인공의 사랑을 확인한 뒤에도 ‘집안의 반대’나 ‘출생의 비밀’ 없이도 드라마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장르가 무엇인가에 상관없이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게 사람들을 얼마나 잡아둘 수 있는지 보여준 셈이다. 그런데 이는 <내 이름은 김삼순>만의 특징은 아니다. 요즘 코미디로 소문난 드라마들은 모두 그 밑에 ‘서스펜스’를 깐다. 평범한 중년 부부의 역할 바꾸기로 시작한 <불량주부>는 남편의 실직을 시부모가 아는 과정만으로도 긴장감을 불어넣었고, <안녕, 프란체스카>는 공공연히 반전을 예고하며 온갖 추측을 낳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들은 쉴새없이 긴장감을 불어넣을 ‘거리’들을 찾는다. 드라마들은 매회 웃기게 시작해 그 ‘거리’들로 사건을 일으켜 서스펜스를 일으키고, 다시 코미디로 마무리된다. 그만큼 대본은 모든 신에서 웃기거나 궁금하게 만들어야 하고, 별걸로 다 ‘복선’을 만들며, 그 결과로 장르가 뒤섞인다.

그건 마치 공중파 방송사에서 방영을 시작한 <위기의 주부들>이 중년 부부의 이야기 속에 코미디와 호러, 스릴러를 동시에 섞은 것과 같다. 그리고 <위기의 주부들>의 앞에는 이미 매회 수많은 비밀 보따리를 풀었던 <CSI 과학수사대>와 <로스트>가 마니아들을 만족시켰다. 어느덧 소수의 마니아들이 즐기던 해외 시리즈는 공중파 방송사로 흘러가고, 그것은 다시 국내 드라마에 영향을 끼친다. 다만 아직은 <내 이름은 김삼순>처럼 적당히 섞어야 시청률이 높지만, 열혈 시청자들 많기로 소문난 <부활>이나, 이미 인터넷의 분위기가 심상찮은 <변호사들>을 보면 이제 한국에서도 더욱 복잡하고 더욱 어려운, 대신 눈을 뗄 수 없는 ‘수준 좀 되는’ 드라마들이 사랑받게 된 것 같다. 드라마 작가의 경쟁 상대는 해외의 최신 시리즈가 됐고, 시청자들은 순간의 지루함도 용납하지 않으며, 더이상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알고 보니 소설 속 내용’ 따위의 시답잖은 ‘비밀’을 용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불과 몇년 사이에, 한국 드라마는 “나도 작가하겠다”에서 “작가 아무나 하는 거 아냐”의 시대로 접어든 것 같다. 작가들이야 죽어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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