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Enjoy TV > 드라마 칼럼
SBS <루루공주> “시청자 눈높이 무시하나?”

재벌 사랑놀음에 간접광고 심해

“시청자들의 실소를, 풍자로 인한 통쾌한 웃음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날로 높아져가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망각하지 말자. 스타파워로 장사하던 시절은 이미 아득한 옛일이다.”

한 시청자가 에스비에스 <루루공주>(극본 권소연·이혜선, 연출 손정현) 시청자 게시판에 남긴 엄중한 충고다. <루루공주>는 특정 상품을 연상하게 하는 제목을 비롯해, 재벌집 상류층들의 사랑놀음이라는 비현실적 소재, 무리한 극적 전개와 허술한 구성 등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들을 차치하더라도 뻔한 이야기와 엉뚱한 극 장치 등으로, 기본적인 재미조차도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보면 <루루공주>는 한국 드라마의 퇴행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제목·회사·휴대폰 등 제작지원사 연상 뻔한 이야기·허술한 구성에 재미도 반감

가장 큰 문제는 일단 간접광고다. 기존 드라마들이 받아온 형식의 간접광고는 있는 그대로 활용하면서, 특히 제목에서부터 매우 노골적으로 특정 상품을 연상시킨다. 게다가 극중 등장하는 회사 또한 정수기회사다. 4개 제작지원사 가운데 한 곳인 ‘웅진코웨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에스비에스 쪽은 부인하지만, 웅진 쪽은 홈페이지를 통해 ‘웅진코웨이와 루루공주의 닮은 꼴’ 등을 게시하며 자사의 광고에 이용하고 있다. 휴대전화기를 수시로 노출하면서 제작지원사인 팬택앤큐리텔을 간접광고하는 것은 이에 견주면 별 일 아닌 듯 보일 정도다. 더블유 호텔이 드라마 배경으로 수시로 등장하는 것도 문제다. 한마디로 간접광고 총집합체의 드라마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루루공주> 캐릭터들의 비현실성은 매우 극단적이다. 재벌2세 ‘공주님’이 공사판 식당 잡부나 골프장 캐디로 일한다는 설정은 도대체 어떤 개연성을 갖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감동은커녕 허탈한 웃음만 나오게 한다. 재벌가 청춘들의 화려한 의상과 호화스런 외제승용차 등은 볼거리가 될지 모르나 구태의연할 따름이다. 두 톱스타 김정은, 정준호도 이름만 있을 뿐 기존 캐릭터와 같은 자연스러움이 전혀 없고 오히려 시청자들의 눈엔 낯설기만 하다.

특히 김정은의 지나친 분장과 화려한 액세서리는 드라마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노릇만 할 뿐이다. 드라마의 수준과 완결성을 결정짓는 최소한의 현실성과 이로 인한 공감대는 마냥 포기한 듯 보인다. <루루공주>가 계속 이런 퇴행적 행태로 간다면 최근 들어 겉으로는 공익성을 강조해온 에스비에스가 스스로 근본적 한계를 드러내며 이른바 ‘상업방송’임을 자임하는 일반적 사례로 기록될 듯하다. 20%를 웃도는 가구시청률의 허상에 갇혀 있어선 안 되는 이유다. 공동 외주제작사인 김종학프로덕션과 포이보스 또한 이처럼 드러내놓고 상업적 드라마를 만든 것은 거의 최초의 일이다. 더구나 김종학프로덕션의 경우, 방영 중인 에스비에스의 <패션 70’s>조차 무리한 연장을 꾀하고 있어 더욱 비난의 화살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