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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걸의 독특한 액션 미학, <더 독>
김수경 2005-09-13

늑대소년이 도시에 홀로 버려진다면 어떨까. 더욱이 오랫동안 숲에서 익힌 빠른 몸놀림으로 이종격투기 선수가 된다면. <더 독>은 미국 땅에 버려진 중화의 늑대소년을 등장시킨다. 주인공 대니(이연걸)는 이중성을 가진 존재다. 그가 가진 소년의 순수함과 늑대의 강인함이 전환되는 기폭장치는 바로 개목걸이다. 목걸이가 풀리는 순간 그는 숲의 늑대로 돌아간다. 깊게 팬 주름이 거슬리지만 눈빛을 보면 이연걸에게 대니는 적역이다. 42살의 이연걸은 더이상 토니 자처럼 날아오를 수는 없지만, 속도감 넘치는 정권을 중심으로 한 손동작은 여전히 발군이다. 특히 거장 무술감독 원화평이 설계한 화장실 격투장면은 이연걸의 전광석화 같은 팔꿈치 공격과 폐쇄적인 공간이 어우러져 독특한 액션 미학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대니는 어렸을 때부터 불한당인 바트에 의해 사육된다. 바트(밥 호스킨스)는 대니를 개처럼 기르면서 해결사로 써먹는다. 평소처럼 바트를 따라나선 대니는 우연히 시각장애인 피아노 조율사인 샘(모건 프리먼)과 마주친다. 자신이 좋아하는 피아노를 매개로 샘에게 따뜻함을 느끼는 대니. 하지만, 바트가 채워놓은 개목걸이를 차고 감옥에 갇힌 대니는 샘과 만났던 곳을 그리워한다. 바트에게 앙심을 품은 악당들이 복수전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대니는 창졸간에 자유를 얻는다.

<더 독>에서 대니, 샘, 빅토리아(케리 콘돈)가 구성하는 의사가족적 관계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그것과 유사하다. 대니와 빅토리아는 어머니의 죽음을 공통분모로 가졌고, 샘은 빅토리아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의 어머니와 결혼한다. 이후 교통사고로 빅토리아의 어머니는 죽고 샘은 시력을 잃는다. 세 인물은 각자의 결핍과 상실을 통해 만나고 가족으로 변해간다. 로저 에버트의 평처럼 “액션영화 치고는 정교한 스토리라인을 빚어낸” 주인공은 <트랜스포터2>를 만든 루이 레트리어 감독이다. <키스 오브 드래곤>으로 이연걸을 발굴한 뤽 베송이 제작한 <더 독>은 이연걸을 비교적 잘 살려냈다. 그는 대사는 간결하게, 눈빛은 촉촉하게, 몸짓은 날렵하게 그려진다. 서구로 날아간 이연걸에게 <더 독>은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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