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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영화의 아성, 그 세번째 문, <무서운 영화 3>
김나형 2005-09-13

패러디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원전의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 그러나 무슨 영화가 패러디될지는 전혀 모르고 볼 것. 고로, <무서운 영화> 제3탄을 기다려온 이들에게 이하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바란다.

비오는 밤, 가슴 큰 두 금발 미녀(그중 하나는 파멜라 앤더슨이다)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다. “TV는 질색이야. 머리 아프거든.” “전자파 때문에 그래. 뇌세포가 죽는다고.” 구시렁거리던 두 사람, 갑자기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러댄다. 이유인즉 전자파가 실리콘을 축소시킨다는 것. 한바탕 난리를 떨고 가까스로 TV를 끈 그녀들. 자못 심각해져, 보고나면 전화가 온다는 이상한 비디오테이프에 대해 얘기한다. 그때 갑작스레 울리는 전화벨 소리. 패러디영화의 아성, <무서운 영화>의 세 번째 문이 열린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와 <스크림> <엑소시스트>와 <헌티드 힐>을 줄기 삼아 막가는 패러디를 보여준 전작들에 이어, <무서운 영화3>는 <링>과 <싸인> <8마일>을 믹스한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 <디 아더스> <식스 센스>라든가 힐튼 자매, 마이클 잭슨 등의 패러디는 덤이다.

창조주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 대신 데이비드 주커가 운전대를 잡은 결과, 전작에서 난무하던 배설물과 토사물, 시도 때도 없는 섹스신과 체액이 현격히 줄어 한결 보기 편해졌다. 숀·마론 웨이언스 형제가 함께 사라진 것이 아쉽긴 해도, 신디(안나 패리스)는 잘 자라 기자가 되었고 죽마고우 브렌다(레지나 홀) 역시 건재함을 과시한다. 데이비드 주커의 분신 레슬리 닐슨이 대통령으로 등장해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찰리 신이 <싸인>에서의 멜 깁슨 캐릭터를 맡아 열연한다. 찰리 신의 실제 아내(였던) 데니스 리처즈가 극중 반토막난 아내 역으로 나온다거나, 에디 그리핀이 TV로 농구 경기를 보고 있다거나, 퀸 라티파, 자 룰, 팻 조 같은 래퍼들이 황당하게 등장하는 순간, 그 얼굴을 알아본다면 웃음을 참기 힘들 것이다. 비디오 앞에서 혼자 웃을지, 극장에서 같이 웃을지는 당신이 결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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