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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상영작 17편
2001-07-27

그 남자, 그 여자 사이에 우주적 진리가...

몽소 빵집의 소녀

La Boulangere de Monceau 1963년, 26분, 흑백

10년에 걸쳐서 만든 여섯편의 ‘도덕 이야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도덕 이야기’ 시리즈의 기본 패턴인, 두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남자 이야기가 첫선을 보인다. 대학생인 슈뢰더는 거리에서 한 여자를 보고 그녀에게 매혹을 느낀다. 그런데 그녀는 갑작스레 거리에서 보이지 않게 된다. 그녀를 찾으러 거리를 돌아다니던 슈뢰더는 몽소 빵집을 드나들게 되고 그곳에서 일하는 점원 아가씨를 유혹하려 한다. 빵집 아가씨와 데이트를 하려는 날 그만 슈뢰더가 찾던 여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슈뢰더는 고민에 빠진다.

수잔느의 경력

La Carriere de Suzanne 1963년, 52분, 흑백

‘도덕 이야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수잔느의 경력>은 첫 번째 작품인 <몽소 빵집의 소녀>보다 좀더 길며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영화는 서로 친구 사이인 두 남자가 같은 여자에게 관심을 가질 때 일어나는 관계의 양상에 대해 탐구한다. 처음에 수잔느라는 여자에게 별 관심이 없던 베르트랑은, 친구인 귀욤이 수잔느의 매혹을 사자 비로소 수잔느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로메르 자신은 ‘도덕 이야기’의 첫 두 작품이 보여준 낮은 기술적 수준에 당황해했다고 전해지지만, 그것들은 로메르의 초창기 재능과 관심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작품들이다.

O 후작 부인

Die Marquise von O... 1976년, 102분, 컬러

로메르가 처음으로 착수한 시대극으로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소설을 원작에 충실하게 각색했다. 18세기 이탈리아의 어느 지방. 러시아군이 침공해 들어오면서 혼자된 O 후작 부인은 러시아 군인들에게 강간당할 위기에 처한다. 이 때 러시아군 장교가 후작 부인을 구해준다. 얼마 뒤 후작 부인은 이상하게도 자기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전적 품격이 느껴지는 이 작품을 두고 리처드 라우드는 “고상하고 감동적이면서 따뜻한 이 영화는 사람들을 동시에 웃고 울게 만들 수 있다”고 격찬했다. 대사가 전부 독일어로 된 작품으로, 러시아군 장교 역으로는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로 우리에게 낯익은 브루노 간츠가 나온다.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Ma Nuit chez Maud 1969년, 120분, 흑백

에릭 로메르에게 상업적·비평적 성공과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명실상부한 로메르의 초기 대표작.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주인공 엔지니어는 성당에서 우연히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한 여인을 만나고 그녀와 결혼할 결심을 생각을 한다. 옛 친구 비달을 만난 그는 비달을 따라 모드라는 여자가 사는 집에 가게 되고 그녀와 단둘이 하룻밤을 보낸다. 윤리적이고 실존적인 선택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작품으로 주인공, 비달, 모드가 모드 집에서 파스칼에 대해 토론하고 또 모드와 주인공이 은근한 유혹과 거부의 말을 주고받는 긴 시퀀스가 영화사상 손꼽을 만한 명장면으로 이야기된다.

클레르의 무릎

Le Genou de Claire 1969년, 110분, 컬러

한 남자가 자신의 숨겨둔 욕망과 싸운다는 고전적인 이야기를 미묘한 에로티시즘으로 그려낸 작품. 외교관인 제롬은 결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홀로 휴가를 보내려고 스위스의 아름다운 휴양지를 찾는다. 여기서 그는 자신에게 호감을 갖는 15살 소녀 로라를 만난다. 얼마 뒤 그 앞에 로라의 언니인 클레르가 나타나고 제롬은 점점 클레르의 무릎에 강박적으로 탐닉하게 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플롯 구조의 대단한 정교함으로 인해 평론가 데이브 커는 “로메르는 사랑의 미스터리들을 마치 수학문제 풀 듯 다룬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의 연정

L’Amour, l’apres-midi 1972년, 98분, 컬러

‘도덕 이야기’의 마지막 에피소드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도덕적 책임과 정서적인 매혹의 문제를 흥미롭게 탐구한다. 회사의 간부로 일하고 있는 프레데릭은 사랑스런 아내도 두고 있는 성공한 젊은이. 언제부턴가 그는 자신이 거리를 지나는 모든 여자에 대한 이런저런 환상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던 그는 보헤미안처럼 사는 여자인 옛 친구 클로에가 나타나자 진짜로 시험에 들게 된다. 프레데릭에 대한 클로에의 유혹은 점점 더 노골적인데…. 정서적 위기에 처한 남자의 심리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묘사했다는 평을 들은 로메르의 또다른 대표작.

수집가

La Collectionneuse 1967년, 90분, 컬러

아드리앙과 그의 친구인 다니엘은 생 트로페즈 근처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곳에는 젊고 매력적인 아이데도 함께 지내고 있는데, 그녀는 주위에 항상 사내들이 끊이지 않아 ‘수집가’라는 별명을 듣고 있다. 아드리앙과 다니엘은 아이데의 ‘수집품’이 되지 않으려 그녀의 매력에 저항해보지만 쉽지가 않다. 성적인 유혹에 대한 저항이라는 주제를 위트있게 그려낸 작품으로 원래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다음 에피소드로 계획되었으나 사정이 생겨 그것보다 먼저 제작되었다고 한다.

갈로아인 페르스발

Perceval le Gallois 1978년, 140분, 컬러

기사 퍼시발의 중세 이야기를 다룬 <갈로아인 페르스발>은 아마도 로메르의 모든 영화들 가운데 가장 독특한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그렸다는 게 확연히 느껴지는 지극히 연극적인 세트도 처음엔 관객을 다소 당황스럽게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대사 처리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로메르는 배우들에게 대사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진 지문까지 다 말로 하게 한다. 그래서 이를테면 배우는 “그는 창을 들었다”와 같은 말을 직접 내뱉으면서 행동도 보여준다. 언어 처리에 대한 로메르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이런 방식은 문학에서 이용되는 ‘자유간접화법’의 적용이기도 하고 또한 설명적인 모든 것을 인물들에게 일임하려는 로메르적인 연출방식의 변형이기도 하다.

비행사의 아내

La Femme de l’Aviateur 1980년, 104분, 컬러

여성주인공들의 심적인 동요에 초점을 맞춘 로메르의 또다른 연작 <코미디와 격언>의 첫 번째 작품. 프랑수아는 우체국에서 야간 근무를 하면서 안느와 친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날 프랑수아는 안느가 전 남편 크리스티앙과 외출하는 것을 목격하고, 그에게 묘한 질투심을 느낀다. 프랑수아는 카페에서 그가 어떤 금발의 여인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의 뒤를 밟는다. 뒤에 <녹색 광선>과 <가을 이야기>에도 나오는 마리 리비에르가 이 우울하면서도 매력적인 이야기의 주연을 맡았다.

해변의 폴린느

Pauline a la plage 1983년, 94분, 컬러

여름 휴양지에서의 열정을 다룬 로메르의 또 하나의 ‘휴가영화’. 얼마 전 이혼한 마리온과 그녀의 사촌 여동생 폴린느가 해변가의 휴양지를 찾아온다. 사랑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열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마리온은 여기서 앙리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을 불태우려 한다. 그 남자의 속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수집가> 이후 로메르와 오랫동안 같이 작업해왔던 촬영감독 네스토 알멘드로스가 마지막으로 찍은 로메르 영화로 컬러로 촬영된 가장 아름다운 코미디라는 평을 들었다. 나중에 <여름 이야기>에서 가스파르의 세 여자들 가운데 하나로 나올 아만다 랑글레가 폴린느 역을 맡았다.

녹색광선

Le Rayon Vert 1986년, 90분, 컬러

파리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델핀느는 바캉스 계절이 다가오자 안절부절못하는 상태에 빠지고 만다. 그녀는 얼마 전에 약혼자와 헤어진데다가 함께 그리스로 여행하기로 약속했던 친구로부터 갑자기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다. <클레르의 무릎>이나 <여름 이야기>처럼 일기 형식을 통해 우리를 주인공의 심리에 가까이 밀착게 하는 영화. 특히 바람에 풀들이 흔들리는 숲에서 델핀느가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그녀의 고독과 상실감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 공로상을 수상할 로메르에게 이미 황금사자상을 안겨줬던 작품이다.

파리의 랑데부

Les Rendez-vous de Paris 1995년, 100분, 컬러

남녀의 사랑을 그린 세개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 첫 번째 에피소드인 ‘7시의 랑데부’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매일 일곱시만 되면 카페에서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한 젊은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 번째 에피소드 ‘파리 벤치’에는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두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고, 마지막 에피소드 ‘어머니와 아이 1907’에는 피카소 박물관에서 벌어지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로메르의 경쾌한 이 영화에 대해 <타임>의 리처드 콜리스는 “영화, 파리, 그리고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작지만 완벽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나무, 시장, 메디아테크

L’Arbre, le Maire et la Mediatheque 1993년, 105분, 컬러

로메르의 영화들 가운데 비교적 덜 알려진 영화로 제목 그대로 나무, 시장, 미디어센터가 서로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버드나무로 뒤덮인 공유지에 큰 미디어센터를 지으려고 하던 시장은 환경보호론자인 한 교사의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시장의 딸과 교사의 딸이 서로 친구가 되면서 일은 점점 꼬여간다.

가을 이야기

Conte d’Automne 1998년, 110분, 컬러

‘계절 이야기’ 시리즈의 완결편에 해당하는 작품. 수확의 계절, 결실의 포도밭이 영화의 시공간이고 그 중심에 40대의 중년 여성이 자리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미망인 마갈리는 이미 장성한 아들과 딸을 둔 어머니이고, 포도 농원을 경영하는 데 수지타산을 따지기보다 자신의 경영원칙을 관철하는 데 골몰하는 심지 굳은 ‘장인’. 오랜 친구 이자벨과 아들의 여자친구인 로진이 마갈리에게 짝을 찾아주려 하면서 영화는 스토리를 갖춰간다. 가을이란 계절의 분위기에 걸맞게 배경과 캐릭터에서 성숙함이 물씬 풍기는 그런 영화다.

보름달이 뜨는 밤

Les Nuits de la pleine lune 1984년, 102분, 컬러

‘코미디와 격언’ 시리즈에 속하는 영화들은 모두가 일종의 ‘격언’을 보여주면서 시작하는데 <보름달이 뜨는 밤>이 이야기하는 격언은 “두 여자를 가진 자는 자신의 영혼을 잃고 두채의 집을 가진 자는 미쳐버린다”이다. 영화는 정확히 그 격언을 때론 코믹하고 또 결국엔 우울하게 그려낸다. 혼자 있기를 원하는 고집센 루이즈가 주인공. 교외에서 레미와 동거하는 그녀는 자신의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파리에 자신만의 숙소를 정하고 파리에 오면 남자친구 옥타브와 동행한다. 그래도 레미만은 자신을 믿어주리라 믿었던 그녀는 보름달이 뜨는 밤 젊고 건강한 또다른 남자와 밤을 같이 보내는데 그러면서 운명이 자기 편만은 아님을 알게 된다.

봄 이야기

Conte de Printemps 1989년, 112분, 컬러

‘코미디와 격언’을 마친 로메르가 새로 착수한 ‘계절 이야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철학 교사인 잔느와 음악을 배우는 학생 나타샤는 파티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다. 나타샤의 아버지는 그녀가 싫어하는 여자와 사귀고 있는데, 나타샤는 아버지와 잔느를 짝지어주려 한다. 그러면서 잔느는 나타샤의 아버지와 미묘한 관계에 빠져든다. 이 영화로 시작을 알린 ‘계절 이야기’는 로메르가 에서 방영하는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 공연을 보고 착상했다고 한다.

겨울 이야기

Conte d’Hiver 1992년, 114분, 컬러

<겨울 이야기>는 뜻밖에도 여름 휴양지에서 시작한다. 피서지에서 펠리시는 샤를르와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헤어지게 된다. 결국 샤를르의 아이를 갖게 된 펠리시. 5년 뒤 펠리시는 여러 남자들로부터 구애를 받지만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옛 사랑 샤를르를 그리워한다. 아마도 로메르의 영화들 가운데 가장 음울한 영화로 기억될 듯한 이 영화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미묘하게 구축된 펠리시의 심리적 깊이로 인해 특히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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