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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사라지고, 기괴함만 남다, <보글보글 스폰지밥>

독특한 유머 감각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보글보글 스폰지밥>(JEI, 원제 <The SpongeBob SquarePants>, EBS에서는 <네모네모 스펀지송>으로 방영)을 9월30일부터 CGV에서 만난다. 기괴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단순하게 반복되는 개그, 자신의 몸으로 설거지는 물론 화장실 변기까지 청소하는 정체 모를 스펀지와 해산물(?)들의 관계. 우정인지 적의인지 알 수 없는 이들의 기묘한 관계와 비키니 보톰시티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들은 결국 보는 이의 폭소를 터뜨린다. 보고 있자면 웃을 수밖에 없는 <보글보글…>의 멋진 유머 센스와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정신없이 넘나드는 연출 방식은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고, 국내에서도 많은 어린이들과 성인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극장용 작품으로 만나는 <보글보글…>은 TV시리즈와 달리 어딘가 모르게 허전하다. 수많은 TV애니메이션들이 극장용으로 제작되는 일본의 경우, 작품 수는 많지만 방학 시즌을 노리고 제작된 기대 이하의 작품들이 많다. 이들은 비슷한 공통점을 지니는데, 대부분 비슷한 플롯- TV애니메이션의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어딘가 전혀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을 지니고 있는 것. TV용 작품에서 진행되던 무대와 심지어 인물들간의 관계마저 모두 버린 채 새로운 인물을 만나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되고,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TV 원작과 같은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만 빼면 원작과 거의 연관이 없기에, 극장용 스토리를 쓰는 사람도 편하고 연출을 맡은 사람도 편하다. 극장판 <보글보글…> 역시 이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TV에서 익숙하게 만나온 스펀지밥과 뚱이, 집게리아의 사장 등이 나온다는 것을 빼면, 사실 기존의 <보글보글…>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넵튠 왕과 공주라는 새로운 등장인물들과 도난당한 왕관을 찾아야 한다는 새로운 사건들 속에 휘말려 우리가 알고 있는 <보글보글…>의 재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기괴함만이 남았다. 영화의 초반부터 흥겹게 시작하던 <보글보글…>은 모험을 시작하는 중반 이후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며 작품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나마 데이비드 핫셀호프가 나타나 스펀지밥은 물론, 관객마저 구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분명히 재미는 있지만, <보글보글…>다운 재미는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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