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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한다!
2001-07-30

미 극장체인, 할인티켓과 서비스개선으로 위기 극복 시도

멀티플렉스 신축 붐과 구식 극장 시설의 방치로 5년 전부터 서서히 빚더미를 쌓아올린 미국의 극장체인들이 ‘보유 스크린의 1/4은 처분해야 한다”는 응급진단을 받은 것은 이미 반년 전의 일. 2965개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업계 2인자 로즈 시네플렉스를 비롯해 10여개에 달하는 미국 극장체인이 다수의 스크린을 폐쇄하고 파산을 신청하는 등 미국 극장업계가 유례없는 구조조정 바람에 휘말린 가운데, 마케팅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하나둘 가시화하고 있다.

극장업계가 뽑아든 무기는 ‘양날의 칼’이다. 저렴한 할인티켓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차별화된 고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 나란히 등장하고 있는 것. 멀티플렉스 업계에서 3위 수준의 위치를 지켜온 AMC엔터테인먼트 극장체인은 한달간 AMC극장에서 편수 제한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월간 자유관람권(monthly pass)의 시험 운영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오클라호마시티 지역에서 시작했다. 프랑스의 UGC체인 등이 도입해 유럽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 아이디어를 채용한 미국 극장체인은 현재로서 AMC가 유일하다. 이러한 개념의 티켓상품이 시장에 보급될 경우, 박스오피스에 미칠 장기적 피해를 우려하는 다른 업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AMC는 내년 1월부터 월간티켓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파라마운트와 드림웍스는 이 제도가 적용되는 극장에 자사 영화를 배급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AMC쪽에 이미 표명해 난항이 예상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특급 서비스와 공격적 가격 정책을 결합한 전략이 시험중이다. 대표적 케이스는, 온라인 예매사업과 아울러 영국, 미국, 남미지역에서 1390개 스크린을 운영해온 내셔널 어뮤즈먼트사가 계열사 시네브리지 벤처스를 통해 “신개념 멀티플렉스”를 표방하고 지난 7월13일 문을 연 ‘브리지’체인. 세련된 인테리어로 이름난 LA W호텔의 디자이너 데이나 리를 영입해, 파산한 에드워즈 시어터 체인이 확보했던 LA 하워드 휴즈 센터 옆 부지에 세워진 17개관 4200석 규모의 브리지는 평일 9달러75센트, 주말 10달러50센트의 높은 입장료를 책정했다. 지난 2월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브리지는 스타디움식 객석, 안락한 좌석, 관람 중 음식 및 음료 서비스 외에도, 대리주차, 예약 지정좌석제, 상영시작 전 7분가량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비롯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특화된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17개관 중 ‘디렉터스 홀’이라고 명명된 최고급 상영관은 입장료도 13달러로 차별화했다. 시네브리지 벤처스는 브리지체인을 미국 주요 도시에 이어 유럽으로 확장할 계획. 지난 2월15일 파산을 알리고 구조조정에 돌입한 로즈 시네플렉스도 비슷한 방식의 공세적인 경영을 시도하고 있다. 로즈는 최근 보스턴에 건설한 19개관 멀티플렉스에 최고급 음향과 영사 시스템, 로비 바, 스타디움식 객석을 갖추고 입장료를 주말 10달러, 주중 9달러50센트로 매겼다. 15달러 티켓을 구매하면 대리주차, 지정석 예약서비스를 부가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 로즈 시네플렉스의 마케팅 부사장 존 매콜리는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만약 가치가 부가된 경험이라면 관객도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라고 낙관했다. 극장업계가 고급화 전략으로 회생할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이러한 호화 멀티플렉스들의 시장 진출이 올해의 미국 극장 관람료 인상율을 지난해의 6%와 같거나 더 높은 수준으로 밀어올릴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