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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적 사회에 대한 시각, <4 브라더스>
이종도 2005-10-11

존 싱글턴의 이야기엔 힘이 꿈틀거린다. 그 힘의 원천은 분노다. <4 브라더스>는 복수를 이야기한다. 쇼핑을 하다가 슈퍼마켓에서 강도에게 어머니를 잃은 네 형제가 장례식날 모인다. 이보다 더 피가 끓게 하는 이야기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복수의 이야기 속엔 한겹의 이야기가 더 뭉쳐 있다. <4 브라더스>는 어머니의 복수를 훼방놓고 나아가 어머니의 죽음에 깊게 관여한 경찰에 복수를 가한다는 점에서 반정부적이고 반체제적인 영화다. 그런 체제에 대한 분노는 싱글턴의 초기작인 <보이즈 앤 더 후드>나 <하이어 러닝>보다 더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폭발한다.

문제아들만 거두어 사랑으로 길러낸 양어머니가 강도들 총에 맞는다. 흩어져 살던 형제들이 장례식에 모이고 형제들은 경찰과 상관없이 범인을 추적하기로 한다. 형제들은 범인이 단순 강도가 아니며 목격자는 누군가에게 매수되었음을 알게 된다. 캐면 캘수록 범죄의 그림자는 점점 더 커진다. 형제들은 거리의 자식들답게 과격한 방식으로 분노를 폭발시킨다. 복수의 이야기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역시 싱글턴다운 인종차별적 사회에 대한 시각이다. 싱글턴은 구석구석에 9·11과 카트리나 태풍 사이에 있는 불안한 흑백동거의 사회상을 배치한다. 의형제들의 인종을 뒤섞은 것도 그런 의미로 보인다. 그 가운데 맏이인 마크 월버그가 눈에 띈다. 흑인영화 속의 얼룩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지만 거칠고 격정적인 외면 속에서 뛰는 그의 더운 심장 소리가 들린다(월버그는 달동네 출신으로 14살에 학교를 중퇴하고 건달짓을 하고 다녔다). 싱글턴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희망을 이런 식으로 내놓은 듯하다.

네명의 형제가 고향으로 돌아와 동네의 악과 무질서를 바로잡는 이야기는 현대판 서부극처럼 보인다. 헨리 헤서웨이 감독의 1965년산 서부극 <케이티 엘더의 아들들>에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눈쌓인 디트로이트 도로 추격신이 볼 만하지만 이야기의 그물코는 허술하다. 지역 재개발, 인종, 계급 그리고 경찰 비리가 종합된 복잡한 사건이지만 마크 월버그 형제들은 감정적으로 문제를 돌파한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몇 대목에선 이야기가 겅중겅중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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