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Enjoy TV > 드라마 칼럼
간통에 대처하는 두 여자의 자세, <장밋빛 인생>

터무니없는 ‘아줌마 드림’ 보여주는 <장밋빛 인생>

정반대다. 한 여자(맹순이)는 클래식하다. 소망이 아빠, 왜 이래?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진다. 울고 또 운다. 빌고 또 빈다. 결혼 기억상실증 남편에게 (정력도 아니고) 기억력 복원을 호소하며 애원한다. 효과? 전혀 없다. 하지만 구경하는 마누라들에겐 효과 만점이다. 대한민국 마누라들이여 집결하라. 두루마리 휴지 들고 TV 앞으로.

다른 한 여자는 모던하다. 전략은 짜게 나름이죠? 사전조사 좌르르 끝낸 여자, 행동 개시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랬다. 남편의 불륜 현장에 경찰 대동하고 나타난다. 구질구질하게 애원할 일? 전혀 없다. 불륜 사용요금 통보가 있을 뿐이다. 이혼해줄게. 그전에 간통으로 징역 좀 살아봐. 효과? 직방이다. 남잔 얼른 마누라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싹싹 빈다. 한번만 용서해줘. 내가 뭐에 씌었나봐. 나한텐 당신뿐이야. 구경하는 마누라들 통쾌하다. 리모컨을 꼭 잡고 생각한다. 저런 놈은 그저 저렇게 조져야 돼.

<장밋빛 인생>은 조강지처를 위한, 조강지처에 의한, 조강지처 풀서비스용 드라마다. 썩어도 준치가 아니라 썩지 않아도 기준치 미달인 그 이름, ‘아줌마’에게 연하 애인이 생길 확률? 현실에선 0.1%지만 최근 드라마에선 99%까지 주가 폭등 중이었다. 최근 드라마 트렌드가 그거였다. 아줌마에게 (남편보다 백배 더) 근사한 새 남자가 생겼어요. 그에 비하면 <장밋빛 인생>은 복고다. 아니 대놓고 가라사대, ‘드라마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다. “드라마 같은 데 보면 꼭 이럴 때 멋진 총각이 나타나서 매달리던데.” 맹순이가 말하자 반성문이 톡 쏜다. “그거야 드라마니까 그렇지. 하여간에 그런 드라마가 여자들 다 버려놔요. 이혼만 하면 그런 남자가 줄을 서는 줄 착각한다니까.” (착각은 네가 더 한다) 여자가 그런 착각을 하는 줄 여자의 속마음을 꿰다니. 아니, 이 드라마 혹시 반성문이 실은 여자였다는 반전드라마?

엎친 데 덮치고 메치는 맹순이 이야기는 실은 아줌마 드림이다. 바람났거나 언제 바람날지 모를 남편을 둔 세상의 모든 아줌마들을 위한 꿈. 근사한 연하 남자가 매달리는 것만 꿈이냐? 바람났다 쪽박 차고 돌아와 눈물 흘리고 선 남편 이야기야말로 꿈이다. 남편과 바람난 여자가 다시 바람나 돈까지 들고 튀어주는 고마운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확률은? 멋진 연하 총각이 아줌마한테 작업 거는 확률보다 많을까? 적을까?

드디어, 드라마는 말하셨지. 용서를 베풀라. 오늘 본 맹순이, 돌아온 반성문에게 즉각 용서와 화해 모드로 돌아섰다. 아무래도 맹순이 여사, 암세포가 뇌까지 퍼진 거 아닐까?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