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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보다 훌륭한 결혼 만들기, <웨딩>
강명석 2005-10-27

‘결혼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실을 잘 보여준 <웨딩>

세나는 결혼이란 현실에 충실함으로서 남편의 첫사랑을 이겨나간다.

모든 것이 잘될 줄 알았다. 그 남자가 나에게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해요?”라고 했을 때 그는 내 마음에 들어왔고, 그 남자가 내가 추천한 음식점에 동료들을 데리고 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좋은 남자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가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비를 맞으며 날 기다릴 때, 나는 그를 사랑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그와 결혼했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문제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니까. 내가 사랑하니까. 노력하면 언젠간 돌아보겠지. 순정만화도 다 그렇잖아.

하지만 <웨딩>의 창조주는 윤수의 입을 빌려 이 순진한 ‘핑크공주’에게 진실을 말해준다. 넌 주인공이 아냐. 너는 승우와 윤수 사이에 끼어들었을 뿐이야. 그러니까 ‘잘 어울리는’ 둘이 서 있을 때 사진이나 찍어주렴. 그럼 왜 나와 결혼한 거야? 그러자 남자주인공의 한마디. “오해하지마. 윤수와 나는 가족 같은 사이야.” 그들은 육체적인 순결함과 한 ‘어머니’를 두고 있음을 앞세워 그들의 관계를 정당화하고, 심지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스스로를 애절한 사랑의 주인공으로까지 만든다. 그러나 출생의 비밀 따위도 없었던 그들이 결혼 못한 건 단지 서로의 우유부단함 때문이었다. 그리고 승우를 ‘포기’했다는 ‘착한 여자’ 윤수는 계속 승우를 바라본다. 당연히 세나는 분노한다. “윤수씨는 이기적인 사람이군요.” 하지만 돌아오는 건 ‘상처입은’ 윤수를 감싸며 세나에게 질렸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승우의 반응이다. 결국 세나는 절규한다. 제발 나를 돌아보라고. 난 모든 노력을 다해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러자 반전이 시작된다. 윤수가 수동적인 순정만화의 주인공에 머물러 있는 사이, 세나는 결혼이라는 ‘현실’에 뛰어들어 어긋난 것들을 ‘맞춰나간’다. 물건 하나를 사도 승우와 상의하고, 몸이 아픈 시어머니 옆에서 책을 낭독하며 친해진다. 그러자 승우도 자신도 모르게 세나를 위해 장인 장모와 친해지고, 세나의 취향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첫사랑은 정말 힘이 세다. 그러나 모든 첫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지지 않는 건, 결혼에는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어긋난 것들을 맞추려는 서로에 대한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웨딩>의 창조주 오수연 작가는 승우 어머니의 입을 빌려 진실을 말한다. 결혼이란, “과거를 떠난 두 사람이 만나서 같이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그리하여, 절실한 노력을 했던 세나는 첫사랑에 끼어든 ‘악녀’ 대신 결혼이란 ‘현실’의 ‘주인공’이 되고, 솔직하고 적극적인 두 번째 사랑은 드디어 우유부단한 첫사랑을 극복한다. 그리고 세나와 승우는 물론 ‘운명적 첫사랑’의 마스터였던 오수연 작가도 이제 ‘첫사랑에 대한 첫사랑’을 끝낸 것 같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의 결혼 이야기는 첫사랑보다 더 훌륭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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