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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영화인들의 ‘그 좋았던 시절’에 대한 회상, <라스트 씬>
김도훈 2005-11-01

1965년의 일본. 인기배우 미하라 켄은 콤비였던 요시노 게이코가 결혼과 함께 영화계를 떠나자 홀로 남겨진다. “이제 영화의 시대는 끝났어요”. 게이코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처럼, 영화의 시대는 TV의 개막과 함께 끝으로 향하고 있었고 켄의 경력도 끝이 난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2002년, 소품 담당인 미오는 무성의한 TV 출신 감독이 설치는 영화판에 절망을 느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암으로 죽어가는 엑스트라 역을 위해 한 늙은이가 스튜디오를 찾아오고, 미오는 그가 바로 60년대의 스타 미하라 켄임을 알게 된다.

50년대와 60년대는 일본영화계의 전성기였다. 오즈 야스지로,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 등 전설적인 감독들이 니카츠, 도호, 쇼치쿠 등의 스튜디오에서 호령했고, 연간 10억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으며, 매년 500여편의 영화가 스튜디오에서 태어났다. 니카츠에서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나카다 히데오는 <라스트 씬>을 통해 ‘그 좋았던 시절’로 시작하는 늙은 영화인들의 회상을 되살려낸다. 스튜디오는 활력으로 넘치고, 스탭들은 영화를 만든다는 기쁨과 장인정신으로 혼을 다진다. 그에 비해 현재의 일본영화판은 사멸 직전이다.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와 도통 작품을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는 감독과 제작자들. “<오멘2>를 보고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는 TV 출신 감독의 모습에서는 공포영화 감독으로 잘 알려진 나카다 히데오의 자조 섞인 푸념이 들리는 듯하다.

옛시절의 영화(榮華)를 되돌아보며 현재를 풍자할 때 빛이 나던 영화는, 특집 드라마에나 어울릴 만한 결말로 치달으며 빛을 조금 잃는다. 30년 만에 스튜디오로 돌아온 켄은 자신의 죽음으로 영화의 라스트 씬을 장식하고, 소품 담당 미오는 “영화를 그만두지 않겠노라” 죽어가는 남자에게 나지막이 고백한다. 오래전부터 스튜디오에서 일해온 늙은 스탭들은 켄의 라스트 씬을 공들여 담아낸다. 이 작위적인 결말은 오랫동안 영화계를 지켜온 현장 영화인에 대한 헌사일 수도, 아니면 쇠락하는 일본영화를 향한 마지막 애정고백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나카다 히데오는 디지털네가의 한중일 3국 디지털 프로젝트 <라스트 씬>을 마지막으로 일본영화계를 떠났고, 할리우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꽤나 역설적인 라스트 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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