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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연인>의 윤재희,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

야! 윤재희, 주제 파악 좀 해라

안녕? 윤재희(전도연). 너 보기가 역겨워 말없이 채널을 돌리려다가 이렇게 편지를 써. 실은 같은 여자로 안쓰러워서 말이야. 물론 너같이 헛똑똑이 여자들 좀 드라마에서 그만 보았으면 하는 소망도 있어. 그렇잖니. 드라마 보고 남자들이 그리 생각하면 안 되잖니. “역시 여자들은 저런 맛이 있어야지. 지가 똑똑해봤자지. 사랑 앞에서는 한낱 여자 아니겠어?” 어머, 이거 웬 황공무지 시추에이션이니?

먼저 바라건대, 네가 주제 파악 좀 하길 바래. 네 주제가 어떻냐고? 훌륭한 주제잖아. 머리 좋아, 미모 안 떨어져, 직업 좋아(최연소 외무고시 합격에 빛나는 외교관이라며?). 거기다 훌륭한 아버지까지 계셔. 네가 뭐가 부족하니? 아니, 너무 넘쳐서 탈이다 얘.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청년실업이 40만명에 육박하는 이때에도 넌 한번도 이력서 넣고 떨어져본 적 없지?

그런데 연애질은 왜 그 모양이니? 최 형사(김주혁)랑 만날 때 보면, 좀 의심스럽더라. 혹시 쟤가 외무고시, 커닝으로 붙은 거 아냐? 아니면 아빠 ‘빽’? 그렇지 않고야 외교관으로 일한다는 애가 저럴 수 있니? 나사가 풀려도 왕창 풀렸더라. 사랑 때문에 그런다고 해도 그래. 사랑이 무슨 여자만 걸리는 알츠하이머병(치매!)이라니? 어떻게 내일 의전 때 쓸 꽃사러 간다는 애가, 꽃집이 어딘지 어찌 살 건지 하나도 모를 수 있니? 그걸로 최 형사한테 구박받고 말이야. 그렇게라도 최상현과 엮으려는 네 조물주 의도는 알겠는데, 좀 심하다 얘. 네가 심수봉이니? ‘사랑 밖에 난 몰라?’ 그럴 때 보면, 네 직업이 외교관이 아니라 애교관인가 싶더라. 애교 부리는 게 일인 애교관.

하루는 최상현이 지영우 검사(김민준)더러 그러더라. “계급 낮다고 눈도 낮은 줄 알아요?”(이런 오빠들이 꼭, 말은 잘해요.) 그런데 넌, 계급도 높은 애가 눈은 왜 그리 낮니? “나보다 잘난 여자, 비위 상해.” 이런 말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하는 웃기는 인간한테 정나미 안 떨어지든? 아무래도 네 비위를 프라하에 두고 온 거 아닌가 모르겠다. 참으로 앞날이 보인다, 얘. 못난 놈 비위 안 상하게 하려면, 잘난 네가 맘고생 좀 무지하겠다. 물론 그게 다 남자 보는 눈 없는 네 업보겠지만. 생각해봐라. 대통령 아들이자 외교관인 남자한테, 어떤 여자가 “나보다 잘난 남자, 비위 상해” 이랬다고 쳐. 그게 제정신으로 보이겠니. 아마 그럴걸? 꼴값을 떨어요.

최상현이 네 전 애인더러 “왜 똑똑한 여자 바보 만듭니까?” 그러더라? 커피 마시다 그거 보고 사레 걸릴 뻔했다 얘. 그건 윤재희 네가 할 소리 아니니? 윤재희의 ‘오 마이 갓’인 작가한테? 잘난 여자 윤재희! 주제 파악 좀 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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