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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영화 자체의 드라마틱함, <롱기스트 야드>
문석 2005-11-15

폴 크루(애덤 샌들러)는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린 뒤 은퇴해 방탕하게 살고 있는 전직 미식축구 스타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채 여자친구의 자동차를 몰고가다 경찰에 붙들린 그는 텍사스의 한 교도소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미식축구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교도소장은 그에게 교도관으로 구성된 미식축구팀을 지도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크루는 거절한다. 얼마 뒤 소장은 크루에게 죄수들의 미식축구팀을 만들어 교도관팀과 대결하도록 명령한다. 크루는 미식축구에선 생짜초보인 아마추어들을 데리고서 탄탄한 조직력의 팀을 이길 수 있을까.

<롱기스트 야드>는 1974년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이 만든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는다. 어떤 목표를 위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거친 남자들을 하나씩 규합하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알드리치 자신의 성공작 <더티더즌>과 똑 빼닮은 원작은 주류에 대해 항상 비판적이었던 알드리치의 정치적 성향을 내포하는 코미디였다. 권위적인 소장의 모습에 당시 대통령이던 닉슨의 그림자를 투영시킴으로써 그는 교도소를 미국사회의 축소판으로 묘사했으며, 비록 스포츠 경기지만 아웃사이더들인 죄수들이 남용되는 권력에 저항하는 모습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그로부터 31년이 지난 뒤 만들어진 최신판 <롱기스트 야드>에서 부시 시대의 그늘을 찾는 건 무망한 일이다. 원작의 프로듀서 앨버트 S. 루디가 이그재큐티브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주연이었던 버트 레이널즈가 등장하며, 상당 부분을 원작에 기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김빠진 인상을 주는 건 그 때문인지 모른다. 무법자들을 하나씩 팀 안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나 ‘Mean Machine’이라는 팀 이름처럼 비열함을 경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죄수들의 모습은 여전히 재미있지만, 유아적인 이분법 탓에 영화는 다소 얄팍한 느낌도 준다. 착하기만 한 남자의 이미지를 모처럼 벗은 애덤 샌들러의 연기도 냉소적인 야성미를 보여준 원작의 버트 레이널즈에는 비할 바는 아니다. <롱기스트 야드>에 미덕이 있다면 그건 힙합가수 넬리, 골드버그, 스티브 오스틴, 케빈 내시 등 WWE의 스타들, 롭 슈나이더, 커트니 콕스 등 화려한 조연진보다는 심장의 박동을 끌어올리는 스포츠영화 자체의 드라마틱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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