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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된 구단 광고, <레알>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마드리드를 거점으로 한 명문 프로축구팀이다. 베컴, 호나우두, 지단, 라울 등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그리고 가장 비싼 선수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일종의 축구 사랑에 대한 상징으로 자리잡은 팀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그냥 알려진 대로 말한 것뿐이다. 이 영화의 중심적인 화자, 그것도 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이 창문 너머로 보이는 곳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역사 선생이 레알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이 하도 궁금하여 구단을 찾아 “도대체 레알은 그들에게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가 얻은 대답은 “레알은 감동입니다”라는 것이다.

구단에 배달된 팬레터의 내용 중 일부를 선별해 극화한 것이라는 이 영화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나열한다. 베컴을 너무 사랑하는 일본 소녀와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결국 베컴처럼 머리 스타일을 바꾸는 그녀의 남자친구 이야기, 부상당한 영국의 소녀 축구 선수와 그녀의 재기를 돕는 코치의 이야기, 세네갈 오지에서 레알의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텔레비전이 있는 시내까지 이틀을 걸어가는 축구광 아버지와 그 아버지만큼 축구광인 아들의 이야기,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 디 스테파뇨를 납치했던 어느 노인과 그의 손자의 해후에 관한 이야기 등이다. 그리고 죽은 남편과 레알의 경기를 함께 보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이 괴로워, 일부러 레알의 경기 때마다 자리를 피하는 노부인에게 역사 선생이 티켓 두장을 선물하면서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난다. 노부인은 축구광 손자를 데리고 레알의 경기장으로 향한다. 극화된 이야기들 사이에 실제 선수들의 경기 모습 등이 쾌활하게 뒤섞이지만,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두서가 없는 뮤직비디오 같고, 한편으로는 연장된 구단 광고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에도 있을 레알 광팬에게는 심심하지 않을 만한 소재다. 이 영화의 핵심은 간단하다. 축구를 통해서, 레알을 통해서 지구의 모든 관계가 회복되거나 더 나아지고, 레알은 그들의 삶 자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구는 레알을 중심으로 돈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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