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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영상으로 지어올린 위태로운 사랑타령, <도쿄타워>
김현정 2005-11-22

스물한살의 토오루(오카다 준이치)는 스무살 연상인 유부녀 시후미(구로키 히토미)를 3년째 만나고 있다. 토오루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를 사랑했고, 아직도 오후 4시 즈음 걸려오는 그녀의 전화를 받기 위해 집안에 머물곤 한다. 친구인 코지(마쓰모토 준)는 그런 토오루를 못마땅해하면서도 자신 또한 서른다섯 먹은 유부녀 키미코(데라지마 시노부)와의 정사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는 연상의 여인과 사귀는 토오루가 부러워서 동급생의 어머니와 불륜을 저지른 적이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 원작인 <도쿄타워>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듯한 대사와 감정으로 가득한 영화다. 토오루는 시후미가 가르쳐준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싸여, 다시 말해 라흐마니노프를 듣고 그레이엄 그린을 읽으면서, 시후미가 전화해주기를 기다린다. 이 아름다운 청년에게 시후미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은 가치가 없다. 첫눈에 반하여 한순간도 변하지 않고 지속된 사랑, 서로 다른 장소에 서서도 같은 시간 도쿄타워를 바라보며 마음을 주고받는 연인. 그들 곁에는 수렁과도 같은 코지와 키미코의 정사가 있다. 키미코는 저녁에 탕수육을 먹는 것만이 유일한 관심사인 남편에게 지쳐 코지의 육체를 갈구하고 그가 언제나 귀기울여주기를 소망한다. 언젠가는 버리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코지는 키미코를 떠나지 못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몇편을 TV드라마로 연출한 적이 있는 감독 미나모토 다카시는 첫 번째 장편영화 또한 같은 작가를 선택했다. <도쿄타워>는 별다른 드라마 없이 상황과 감정만으로 호소하는 소설이었다. 그 때문에 영화 <도쿄타워> 또한 서정적이고 우아하며 때로는 격정에 빠져든다.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중년 여인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녀들은 또한 아름다운 청년을 소유하여 사랑하고, 취향과 성애를 가르치지만, 왠지 그 사랑은 언어와 영상으로 지어올린 위태로운 누각처럼 보인다. 혹은 어느 중년 여자의 공허한 상상처럼. 베드신에서조차 육체가 느껴지지 않고 사랑타령에 집중하는 <도쿄타워>는 영화보다는 배우가 더 매력적이다. 자그마한 체구가 아직도 소녀 같은 구로키 히토미와 V6의 오카다 준이치, <소년탐정 김전일>의 날라리 명탐정 마쓰모토 준, <바이브레이터>의 데라지마 시노부가 두개의 사랑 이야기를 엮어가는 배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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