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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여신이여, 땅으로 내려오라, 모니카 벨루치

투덜양, 모니카 벨루치에게 쓴소리를 전하다

<그림 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 중 모니카 벨루치

나는 모니카 벨루치가 싫다(음, 위 아래로 나의 전신을 ‘째리는’ 뭇 남성들의 시선이 팍팍 느껴진다. 나의 얼굴을 보며 “그렇겠지”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들의 목소리도. 격분한 목소리로 “원고 빼라”고 외치는 남동철 편집장의 외침까지!).

정확히 말하면 할리우드로 간 뒤의 모니카 벨루치가 싫다. 그전에 출연했던 영화는 거의 보지 않았거나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태양의 눈물> <매트릭스> 2, 3편, 그리고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최근 개봉한 <그림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까지 정말이지 그녀의 역할은 한심스럽다 못해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외치고 싶어진다. “모니카, 할리우드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냐, 에잇.”

<태양의 눈물>에서 가운 사이로 깊은 가슴 골을 드러내며 아프리카 민중에게 헌신하는(그녀의 가슴골은 분명 환자들에게 고통을 잠시 잊게 해줄 만하겠지) 의사로 분했을 때부터 실망이었다. 그러나 비록 남자(브루스 윌리스)에게 껌딱지처럼 매달려 일을 시시때때로 그르치는 캐릭터로 여성관객의 분통을 사긴했지만 다음 작품들에 비하면 그래도 이 영화에서 모니카 벨루치는 어쨌거나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반면 <매트릭스>의 페르세포네 역이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막달라 마리아, 최근 개봉한 <그림형제…>의 거울공주까지 그녀는 캐릭터가 아닌 화려한 장식물에 가깝다. 좋게 말하면 지상에서 한발 떨어진 여신(인간의 숨결이 전혀 느끼지지 않는)이다. 그녀의 고정된 이미지에 딱 맞는 <그림형제…>의 거울공주가 모니카 벨루치에게 적역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답답하다. 여신이라는 상찬, 공주라는 갈채, 이제 지겹지도 않나.

공주 또는 여신의 또 다른 계보인 ‘얼음공주’ 니콜 키드먼의 행보는 확실히 모니카 벨루치와 비교된다. 벨루치보다 불과 한살 많은 니콜 키드먼은 사악한 여자를 연기했던 <투 다이 포>를 비롯해 젊은 시절부터 장기적인 배우 생활의 밑천거리를 쌓아왔다. 이제 그녀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외모’와 ‘재능’을 겸비한 여배우다. 모니카 벨루치는 신인 시절 착취돼온 여신 이미지를 <라빠르망>을 통해 깨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할리우드로 진출한 뒤 그는 다시 공중부양하는 여신의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있다. ‘다른 시나리오는 들어오지 않는데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할 수 없어요’라는 생계대책론을 끌고 나온다면 할 수 없지만 그녀도 알고, 나도 알고, 남편인 뱅상 카셀도 아는데 설마 그럴 리야 없지 않은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의 자태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에서 하트무늬가 뿅뿅 발사되는 남 편집장 이하 남성군들은 이런 나의 투덜거림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그렇지만 나, 모니카 벨루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제발 모니카여, 공중부양 그만 하고 지상으로 내려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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