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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투덜양] 사투리도 통역이 되나요, <나의 결혼원정기>

투덜군, <나의 결혼원정기>를 보며 해독 불가한 경상도 사투리에 당황하다

2005년 수능 레이스 폐막일에 맞춰 개봉된 <나의 결혼원정기>. 당 영화는, ① ‘순박무쌍한 농촌 노총각’과 ‘사회적 약점을 가지고 있는 여성’간의 연애라는 기본설정뿐만이 아니라, ② 노총각의 빤쓰 세척에 관한 문제, 그리고 심지어는 ③ 사과꽃 만개한 과수원에 누워 벅찬 가슴 안고 하늘을 바라보는 남자주인공 신 등의 디테일에서마저도 <너는 내 운명>과 본의 아닌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나의 결혼원정기>는 그 나름의 매력과 장점을 갖춘 영화였다. 특히 장정구 선수형 파마마저 감행해가며 최선의 경주를 한 유준상의 연기는, 지난해 감우성에 해당될 정도로 우리나라 영화판이 건진 굵직한 왕건이었다 사료되는데, 아니 이거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거야, 이래서는 안 되지, 이쯤 해두고 필자는 이제 투덜인의 본분으로 돌아오고자 한다.

<나의 결혼원정기>가 가진 여러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갓 시험을 마친 따끈따끈한 수험생 제위께는 당 영화를 권해드리고 싶지 않다. 왜냐. 자, 보자.

멀쩡한 영어를 지들 꼴리는 대로의 괴상한 억양으로 발음한 뒤 그걸 기냥 외국어라고 우겨버리는 호방함을 보여주는 대다수의 유에스에이 무비들과는 달리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저… 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최대한 외국어 대사를 그대로 재현하려는 우리나라 영화계의 바람직한 자세는 <나의 결혼원정기>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자세는 대사전달에서의 문제 또한 야기하고 있다.

당 영화에선 ① 영어 ② 러시아어, 그리고 ③ 표준어 ④ 북한어 ⑤ 경상도어 등 총 5종 언어가 재현되고 있다. 그런데 이중 가장 해독이 어려운 언어는, 짐작하고 계시듯, 영어도 러시아어도 아닌, 바로 경상도어다.

러시아어 같은 경우는 생소하거나 말거나, 좀 어설프거나 말거나, 그냥 자막을 읽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상당히 빠른 속도로 구사되던 당 영화의 경상도말은, 소싯적부터 주위 친지들을 통해 나름대로 경상도어를 꾸준히 익혀 온 필자에게도 매우 난해한 것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나의 결혼원정기>를 수험생 제위께 선뜻 권해드리기 어려운 이유이다. 가뜩이나 ‘한국어임에도 해석이 되지 않는 한국어’로 점철된 시험문제들을 해독해내느라 3년 내내 진을 뺀 수험생들에게, 대사의 12% 정도는 해독 불가한 경상도 사투리로 채우고 있는 당 영화를 권하는 것은 너무 무심한 처사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따라서 필자는 당 영화의 주최쪽에, 수험생 관객을 위해 해당 경상도어에 대한 자막 처리 등의 조치를 조속히 취해주실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시험이 끝나면, 일단 푹 자고 난 다음, 원없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이 땅의 수많은 수험생들의 소박한 소망을 위해, 우리 영화계에서 그 정도 배려는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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