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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 <늙은 부부 이야기>
김현정 2005-12-09

2006년 1월1일까지/ 소극장 축제/ 02-741-3934

사랑은 본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건이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의 안녕을 장담하기가 힘든 노인들은 마음을 접기도 전에 몸이 떠나버릴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부터 돌아보지 말 것인가, 이 순간이 영원인 듯 애써 웃을 것인가. 여러 차례 공연되어 호평을 받았던 <늙은 부부 이야기>는 그처럼 마음 졸이는 마지막 사랑 앞에 서서 선택을 고민하고 인연을 받아들이며 이별을 준비하는 노인들의 로맨스를 담은 연극이다. 그런데 그저 로맨스라 해버리기엔, 무언가가 더 보태져야 할 듯도 싶다.

20년 전에 아내와 사별한 노인 박동만은 집을 나와 독립을 선언한다. 여인 혼자 사는 집에 찾아든 박동만을 맞은 집주인은 남편을 잃고 억척스럽게 자식들을 키워낸 욕쟁이 할머니 이점순. 국밥집을 하던 시절 박동만과 안면을 텄던 그녀는 ‘여자친구들’에게 놀러오라고 전화를 걸어대는 그가 얄미우면서도 내치고 싶진 않다. 그리고 암전. 그새 한 이불을 쓰게 된 박동만과 이점순은 노년의 걱정을 서로 보듬어주며 신혼부부 부럽지 않게 살뜰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영화 <죽어도 좋아>가 웅변했듯,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노인으로 묶여 불리는 나이가 되어도,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다. <늙은 부부 이야기>가 가장 따뜻하게 드러내는 부분 또한 방패처럼 욕설로 자신을 보호했던 이점순이 수줍은 말투와 옷태를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그들은 언제나 같은 메뉴이더라도 아침밥을 대신 해주는 남편이 사랑스럽고, 추운 발길 끝에 전등을 환하게 밝히고 기다리는 아내가 그저 좋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한 사람은 떠나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마저 포기하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가. <늙은 부부 이야기>는 노인이어서 더욱 용감해야만 했던 어느 부부의 사랑과 이별을 눈물 섞인 웃음으로 전해준다. 이순재와 이호성, 성병숙, 예수정의 더블캐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