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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해롤드 로이드 컬렉션>
ibuti 2005-12-16

1920년대 코미디에는 해롤드 로이드도 있다

해롤드 로이드는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과 함께 1920년대 희극영화의 주역이었다. 그의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시계에 매달린 남자를 기억할 텐데, 바로 그 <마침내 안전!>은 <킹콩>보다 10년 먼저 고층건물의 높이와 도시 풍경의 심도로 인한 스릴을 선보인 작품이다. 하지만 로이드의 이름은 채플린과 키튼 뒤에 불린다. 채플린과 키튼의 세상이 꿈꾸는 어떤 곳이라면 로이드의 영화는 현실에 바탕을 둔다. 부랑자도 큰바위 얼굴도 아닌 평범한 모습의 안경 낀 남자는 시인이나 곡예사가 되기엔 너무나 영악하고 현실적이었다. 사랑보다 부를 약속하는 직장인(<마침내 안전!>), 부유한 여인과 작가의 명성을 동시에 얻는 재단사(<수줍은 처녀>), 최고 인기 학생의 꿈을 이루는 대학생(<신입생>), 아들과 남자로서 자신감을 얻는 막내아들(<꼬마 형제>), 미들급 챔피언이 된 우유배달원(<밀키 웨이>) 등 그는 항상 의지의 캐릭터로 분하거나 아니면 <웬 걱정?> <하늘의 뜻이라면>에서처럼 갑부로 출연하곤 했다.

사고로 손가락을 잃어 의수를 끼면서도 위험한 묘기를 마다하지 않고 배우로 거듭 성공한 그는 배우 이전에 꿈을 이룬 야심 찬 미국인의 이미지에 더 가깝다. 로이드의 희극이 아무리 속도와 서스펜스를 주특기로 한들 시적인 경지에 오른 채플린이나 신체의 한계를 넘어선 완벽한 개그의 키튼을 넘어설 순 없었다. 게다가 그의 영화는 보기 힘들다. 당시의 엄청난 상업적 성공(로이드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배우였다)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거기엔 다 이유가 있다. 로이드는 뛰어난 배우이면서 동시에 다방면에서 수완을 발휘한 사업가로, 할 로치와 함께 성공한 뒤엔 자신의 프로덕션을 세워 <수줍은 처녀> 이후의 작품은 판권을 직접 관리해나갔다. 그는 판권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한 인물이었고, TV판권의 경우 죽기 직전인 1971년에 겨우 풀어줬을 정도였다. 그런 사정이니 홈비디오는 물론 일반 상영이라고 쉬울 리 없었다. 드디어 선보이는 DVD의 곳곳에서 ‘해롤드 로이드 엔터테인먼트·신탁·부동산’ 등의 이름이 발견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해롤드 로이드 컬렉션>은 비록 전작은 아니지만 6장의 디스크에 중단편을 포함한 대표작을 총망라하고 있으며, 몇몇 작품에는 영화평론가와 로이드 일가 등이 참여한 음성해설이 지원된다. 또한 별도 제공되는 디스크에 포함된 부록은 그 시간만 계산해도 3시간을 훌쩍 넘기거니와 3D 안경으로 봐야 하는 입체사진 등 어마어마한 정보들을 다 뒤져보자면 아마 며칠을 꼬박 새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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