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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부는 파스를 붙였을까?
2001-08-08

<조폭마누라> 촬영현장

얼마 전 촬영이 끝난 영화 <조폭마누라>. 제목이 언뜻 보기에는 조직폭력배의 마누라를 이르는 것처럼 들리지만, 여기서는 남편이 아닌 마누라가 조직폭력배다. 그것도 조직의 보스로 나온다.

지난 7월 초 촬영현장인 마포의 한 교회를 찾았을 때는 이 희한한 커플의 결혼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신부가 조직의 보스인 줄 모르고 결혼하는 신랑 박상면의 해맑은(?) 웃음과 등에 새겨놓은 문신을 감추기 위해 파스를 붙이고 입장하는 신부 신은경의 날카로운 표정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결혼식장은 엄숙하기보다는 좀 엽기적인 분위기다. 주례를 맡은 안석환의 가당치 않은 즉흥 주례사가 하객들의 배꼽을 쥐게 하고, 하객으로 일당을 받고 참석한 룸살롱 아가씨들의 끝없는 수다와 축하곡 연주자로 나온 밤무대 밴드의 트로트 메들리가 끝날 즈음, 교회 2층에서는 카메라 한대가 더 돌아가고 있었다. 경쟁관계에 있는 또다른 조폭들의 결혼식장 습격장면으로, 촬영 스케줄 때문에 벌어진 진풍경이다. 덕분에 연출을 맡은 조진규 감독은 연신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며 아래위로 돌아다녀야 했다. 이 작품이 데뷔작인 조감독은 “조폭이 나오는 영화라고 해서 액션에 중점을 두진 않았습니다. 그보다 가부장과 가족이야기를 부각시키는 데 신경을 많이 썼죠”라며 마지막에는 눈물이 있는 영화라고 강조한다.

현재 후반작업중인 이 작품은 추석 즈음에나 관객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글/ 정진환 기자 jung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