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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의 영화만들기 [4]
사진 이혜정이영진 2005-12-20

이주노동자 영상 프로그램 진행 맡은 황보성진씨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상명대, 아주대 등에 출강하고 있는 황보성진씨는 그동안 틈틈이 남양주종합촬영소의 영상캠프 강사로 일하다 올해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지난해에 인천에 있는 한 청소년수련관에서 영상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독거노인들이 많은 동네였는데 아이들과 무엇을 찍을까 고민하다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대신해 고향의 풍경을 찍어다 드리면 어떨까 싶었다. 제대로 진행하진 못했지만, 지난해 말에 영진위의 나하나씨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라면서 영상편지 같은 것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

-영상편지 쓰기는 반응이 어땠나.

=별로. 생각했던 것보다 가족들에게 전화를 자주하더라. 빈의자기법 같은 심리치료를 가미한 건 그런 이유도 있다.

-결혼식 때도 보니까 언어 소통이 쉽지 않던데.

=시작 전에 가장 두려웠던 게 언어였다. 그런데 방글라데시의 모누나 파키스탄의 알리처럼 한국어를 잘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사회단체에 있는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별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대상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좀더 치밀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든다. ‘닥터 무비’를 진행하면서 이주노동자와 결혼한 한국 여성이나 혼혈어린이를 대상으로 했는데 섭외부터 어려웠다. 대모로 통하는 유은숙씨가 아니었다면 방글라데시 주부들과의 만남도 어려울 뻔했다.

-문화적 차이를 파악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던데.

=파키스탄의 경우, 닭고기도 목을 비틀어 죽인 것은 안 먹는다. 물론 내가 아는 파키스탄 친구는 뭐든 잘 먹지만. 돼지고기까지도. ‘닥터 무비’ 진행하면서는 오해도 할 뻔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경우, 아주 자연스럽게 뭘 달라고 요구하니까. 심지어 비행기 표를 끊어달라는 이들도 있었다. 모임하면서 일정한 참석비를 줬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는데, 샬롬의 집에 계신 신부님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렇게 주고받는 게 그들의 문화라면서.

-제일 안타까웠던 때가 언제였나.

=방글라데시 여성들과 ‘닥터 무비’ 진행하면서 보니까 이분들이 자신의 나이조차 잘 모르더라. HTP 검사라고, 집·나무·사람을 그리게 한 뒤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팔이 없거나 몰골인 사람 형상을 그려냈다. 집을 그리라고 했더니 마석 가구공단을, 그것도 달랑 직사각형 형태로 그려낸 이들도 있었고.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들의 유일한 꿈이 로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안타까웠다. 반면 9월부터 녹촌분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적지 않은 만족을 얻었다. 마음을 닫고 있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자신을 표현하는 걸 내 눈으로 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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