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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장을 위한 ‘진실 혹은 대담’, 마돈나 <Confessions on a Dance Floor>

‘언니’가 돌아왔다. 1980년대를 마이클 잭슨과 양분한 한 시대의 슈퍼스타이자 20세기 팝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여가수인 마돈나가 돌아온 것이다. 33곡의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5종의 앨범 차트 1위, 2억 장의 음반 판매고 같은 숫자들은 마돈나의 성공을 일면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지난 22년간, 그녀는 언제나 찬반 논란을 자처하는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가식적이고 보수적인 통념을 정면돌파해왔다. ‘섹스 심벌’과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이란 두 가지 아이콘은 그녀가 매스미디어의 속성을 꿰뚫은 명민한 전략가이자 관리자란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 중 일부에 불과하다.

아직도 마돈나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를 역할 모델로 삼는 소녀들과 후배 여성 뮤지션들, 그리고 그녀의 지략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오히려 그녀의 음악적 재능은 현란한 음악 외적 이슈에 한참 가려져 있었는데, 이마저도 <Ray of Light>(1998)를 통해 부당한 폄하나 과소평가는 사라졌다.

마돈나가 돌아왔다. 이 말은 그녀가 2년 만에 신보 <Confessions on a Dance Floor>(워너뮤직 발매)를 만들어 돌아왔다는 사실 이상이다. 이번 음반에서 마돈나는 자신의 음악적 뿌리로 돌아왔다. 가수가 되기 전 그녀를 사로잡았던, 그리고 데뷔 초기 그녀의 음악을 지배했던 ‘본령’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면 1970∼80년대 디스코에 기반한 복고적 댄스 팝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 대답을 음반 제목이 눈으로 보여준다면, 첫 싱글 <Hung Up>은 귀로 들려준다. 째깍째깍 대는 시계소리로 시작하고 끝맺는 <Hung Up>은 아바(ABBA)의 저 유명한 <Gimme! Gimme! Gimme!(A Man After Midnight)>를 샘플링한 것이다. 마돈나는 1970년대 순수 팝(pure pop)의 극치를 들려준 아바의 곡을 샘플링함으로써 이 음반의 출발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Hung Up>은 부드럽게 귀에 감기는 노래와 시종 달리는 리듬과 솜사탕 같은 신시사이저를 아바 샘플링과 균형있게 버무린다. 어느 한 요소가 앞서 달리지도 않게, 너무 관습적이거나 실험적이지도 않게, 결과적으로 너무 톡 쏘지도 않게, 모든 게 한몸이 되어 흐른다. 이는 전체 12곡, 총 56분의 수록시간을 관통하는 특징이다. 1980년을 전후한 10여년간의 음악 스타일은 2005년 현재의 일렉트로닉 댄스음악과 절충되어, 곡과 곡 사이의 휴지부 없이 논스톱으로 전개된다. 그래서인지 절로 몸을 들썩이다보면 트랙의 구분은 사라지고 음반 전체가 하나의 곡처럼 느껴질 것이다. 가끔 정신을 차리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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