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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국영화 10대 이슈 [1]
이영진 김수경 문석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2005-12-29

한국영화는 아직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성장기 청소년처럼 2005년의 한국 영화계는 여러 가지 고민을 드러냈고, 사고를 치기도 했으며, 자랑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부천영화제 사태와 <그때 그사람들>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암울하게 시작된 2005년은 한국영화의 도전의 해이자 역경의 해였다. 한류 덕분에 해외 진출이 활발해졌고, 통신회사들이 충무로에 입성했으며, 하반기부터는 한국영화가 활황세를 지속했지만, 예술영화 시장은 잠적했고, DVD 시장은 더욱 악화됐으며, 대기업의 체제는 공고해졌다. 전문스탭 조합, 조수급 스탭 노동조합의 잇단 결성과 활발해진 독립 장편영화의 극장 진출은 한국영화의 건강한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기도 했다. 2005년 한국 영화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 10개를 돌아본다.

1. 배우가 힘이다

매니지먼트사 파워 업그레이드

영화의 캐스팅을 좌지우지하면서 영향력을 키워온 매니지먼트사들은 2005년 들어 한국 영화계의 중심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싸이더스HQ의 모회사인 IHQ가 SK텔레콤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은 것은 그 발단에 불과했다. 본격적으로 몰아닥친 한류 속에서 배우들이 생산하는 가치는 치솟았고, 매니지먼트사는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배급 등에 뛰어들었으며 증권시장에서는 주요 관심주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점점 목소리가 커져온 매니지먼트사들의 무리한 공동제작 지분 요구는 결국 6월 하순 제작자들과 정면충돌 사태를 빚기도 했다. 강우석 감독이 몇몇 배우를 실명으로 거론하면서 파국으로 치달을 뻔도 했던 이 사태는 결국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매니지먼트협회가 대승적 차원의 합의에 성공함으로써 일단 마무리됐다. 하지만 한국영화 주요 제작주체 사이의 대립은 표준규약안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는 내년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매니지먼트사는 올해 중반 이후 거셌던 증시 활황 속에서 떠오른 ‘엔터테인먼트주 열풍’의 주역이기도 했다. 매니지먼트 업체들은 연초부터 합병, 흡수 등을 통해 대형화됐고, 이와 동시에 직접 우회상장 또는 우회상장된 기업에 합병되면서 증시에 합류했다. 바른손은 튜브매니지먼트를, 팬텀은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를 합병했으며, 예당엔터테인먼트는 최지우 등을 스카우트하면서 가치를 키웠다. 최근에는 장동건의 소속사 스타엠엔터테인먼트가 텐트제조업체 반포텍과의 주식교환을 통해 우회등록을 했다. 현재까지 스타의 존재는 주가의 받침목이 되는 분위기다. 일부 업체의 불법 행위가 지적돼 몇몇 인사가 검찰에 고발됐지만, 주식시장에서 매니지먼트업체가 발휘하는 힘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 한숨만 나는 DVD 시장

불법 다운로드 일반화, DVD 시장 등 부가판권 시장의 고사

영진위의 발표에 따르면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한국영상산업의 피해액은 연간 28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불법 다운로드라는 원죄를 출발점으로 출혈경쟁의 자충수를 강요당한 한국 DVD시장은 고사 상태에 빠졌다. 비디오시장의 몰락과 함께 DVD시장의 부진이 맞물리며 한국영화 매출은 극장 부문에 70∼80%나 편중되는 기형적인 구조로 고착됐다. 스트림 서비스로 숨통을 틔운 음반시장과 달리 DVD시장은 영화 매체의 일회적 특성 때문에 단속 외에 특별한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 2004년부터 10%씩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전체 시장의 침체보다 DVD전문 제작사들이 무너지는 것이 더 심각한 사안이다. 스펙트럼, 비트윈, 스타맥스, 엔터원 등 국내를 대표했던 DVD 제작사들은 타 기업으로 합병되거나 사업방향을 다른 곳으로 선회한 지 오래다.

스펙트럼DVD 공수열 이사는 “부가판권 중 채널 관련 방송시장은 오히려 성장했다. 다만 DVD를 중심으로 나머지 윈도들은 말 그대로 침몰했고 DMB를 필두로 한 신규 창구는 시장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DVD가 극장을 넘어서는 수익 창구로 자리매김한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논외로 하더라도 가파르게 줄어도는 국내 DVD 타이틀의 판매량은 한숨이 절로 나오게 한다. 한국영화의 흥행 DVD 타이틀은 3만장을 넘기지 못하고 일명 초대박 타이틀도 10만장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 이사는 향후 한국영화 부가판권 시장에 대해 “한국영화는 당분간 극장, 방송, 해외를 젖줄로 삼을 수밖에 없다.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DMB시장도 영화 자체에 대한 판권투자 외에는 아직 검증된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 현장 관계자들도 부가판권시장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씨네21> 사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