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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이 남자의 뒷모습, <셰인>

EBS 1월1일(일) 오후 1시50분

서부영화 중에서 마지막 엔딩이 유명한 영화들이 있다. 언뜻 <수색자>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고 <셰인> 역시 빠뜨릴 수 없다.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남자, 문명을 떠나 자연의 어느 곳으로 향하는 남자의 뒷모습은 쓸쓸하다. 이는 서부의 남자에 관한 영화적 신화를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일 것이다. <셰인>은 고전적 서부극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와이오밍 고원에 한 사나이가 말을 타고 나타난다. 온화하면서도 예리함이 번뜩이는 눈매의 사나이는 여느 카우보이와는 다른 모습이다. 수수께끼의 사나이는 개척민의 한 사람인 조 스타렛의 집에서 물을 얻어마시고 식사까지 초대받는다. 수수께끼의 남자는 이름이 셰인이라며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다. 스타렛은 아내, 그리고 아들 조이와 함께 살고 있다. 한편, 목축업을 하는 같은 지방의 라이커는 툭하면 개척민들을 못살게 들볶으며 이들의 땅을 차지하려고 한다.

서부극이라는 장르에도 ‘서정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면 <셰인>은 가장 앞줄에 위치할 것이다. 황량한 서부를 배경으로 한 비밀스런 남자와 소년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스타렛의 아들 조이에게 셰인은 일종의 우상이다. 총을 좋아하는 조이는 셰인을 만난 순간부터 그의 권총에 관심을 갖는다. 조이의 간절한 요청에 셰인은 사격 시범을 보이고, 조이는 그의 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한편, 셰인이라는 캐릭터는 모호한 구석이 없지 않다. 한때 폭력에 손을 담갔던 과거를 지닌 그는 위기와 갈등을 겪는 어느 공동체에 숨어들어오지만 결국 자신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 그리고 혼자만의 힘으로 권력과 대결하는 상황에 놓인다. 전형적이면서 매력적인 영웅이다. 셰인을 연기한 배우 앨런 래드는 외모뿐 아니라 우수에 찬 미소로 당시 관객을 매료시켰다고 전해진다.

영화 <셰인>을 만든 조지 스티븐스는 <젊은이의 양지>(1951), <자이언트>(1959) 등 미국 장르영화에 주목할 만한 작품을 만들었다.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와 몰락을 그처럼 간명하고 빼어나게 영상화했던 감독은 드물다. <셰인>에서 주인공 셰인은 자신의 임무를 끝낸 뒤 다시 사회를 등지고 떠나간다. 그는 떠나면서 조이에게 “어머니께 더이상 이 마을에는, 총이 필요없다고 전하렴”이라며 말하고 조이는 “돌아와요”라며 소리친다. 황야에서 나타나 다시 같은 곳으로 돌아가는 셰인은, 영화 속 영원한 방랑자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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