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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현실의 수레바퀴 아래, <유린타운>
김현정 2005-12-30

12월 23일∼오픈런/ 신시뮤지컬극장/ 02-577-1987

“다음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요?” 뮤지컬 <유린타운>은 이런 질문으로 끝이 난다. 그렇다, 이 뮤지컬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고, 가상의 마을이 배경이나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오줌마을’을 뜻하는 <유린타운>은 극의 논리가 아니라 현실의 논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모든 악(惡)에는 그 이유가 있고 선한 의도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이 비정한 뮤지컬은 가르친다.

<유린타운>의 배경은 가상의 소도시다. 20년 전 혹독한 가뭄을 겪고 나서 도시는 주민들의 용변을 제한하고 유료화장실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도록 한다. 화장실을 운영하는 회사, 유린 굿 컴퍼니는 규칙을 위반하는 자를 체포해 유린타운이라고 불리는 미지의 공간으로 보내곤 한다. 바비 스트롱의 아버지도 유린타운으로 갔다. 그 직후 유린 굿 컴퍼니 사장 클로드웰의 외동딸 호프가 도시로 찾아온다. 그녀는 이름과 어울리게도 바비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부추기며 그의 연인이 되고, 용기를 얻은 바비는 회사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다. 2부가 시작되면 바비는 유린타운으로 보내진다. 다시 말해 살해당한다. 그러나 <유린타운>은 이 비극까지 가지고 놀면서 냉정하게 몰입을 방해한다.

<유린타운>은 마을 주민과 제3자를 오가는 내레이터가 도입된 형식이나, 비정한 내용이 독창적인 뮤지컬이다. 그것이 힘을 가질 수 있는 건 한번만 들어도 기억에 남는 음악 덕분이다. 남몰래 오줌 누는 이를 찾아내는 경찰들의 코믹한 랩 <Cop Song>, 절대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아버지의 가르침 <Don’t be the Bunny>, 주민들의 강렬한 합창과 안무가 인상적인 <We’re not Sorry> 등이 스코어에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