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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아메리칸 시네마’의 수작, <굿바이 컬럼버스>

<EBS> 1월14일(토) 밤 11시30분

1960년대 미국영화에선 새로운 기운이 샘솟았다. 사회 분위기가 한몫했다. 청년 세대들은 자유와 사랑을 강조했고 흑인들은 인권을 주장했으며 여성들은 이제까지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영화에 스며든 것이다. 주류와 비주류를 막론하고 새로운 영화적 기운은 ‘뉴아메리칸 시네마’라는 경향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굿바이 컬럼버스>는 그런 영화적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도서관 직원 닐 클럭먼은 사촌의 초대로 컨트리클럽에 가게 된다. 브렌다의 미모에 이끌린 닐은 그녀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그날 저녁 데이트를 약속한다. 다음날, 닐은 컨트리클럽을 다시 찾고, 브렌다는 오빠 론을 소개하며 그날 가족들과의 저녁식사에 닐을 초대한다. 닐과 브렌다는 이제 자주 만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브렌다는 닐에게 사랑에 빠졌음을 고백한다. 브렌다의 어머니는 브렌다와 닐의 관계가 심각해지는 것을 염려한다. 닐이 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

<굿바이 컬럼버스>를 보면서 어떤 영화가 연상된다면, <졸업>(1967)일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구세대에 느끼는 거리감, 그리고 청춘들의 자유분방한 일탈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굿바이 컬럼버스>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라 보기 힘들 정도로, 매끈한 화면을 자랑한다. <러브 스토리>의 청순한 여배우인 알리 맥그로는 뜻밖의 모습을 보이는데 비키니 차림이나 샤워 장면 등 노출을 꺼리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남녀의 사랑에 관한 묘사는 당시로선 과감하다고 할 만하다. 주인공인 닐과 브렌다는 서로의 육체에 집착하고 있으며 브렌다는 닐과의 관계에서 전혀 피임을 하지 않았음을 이후 고백한다. 이렇듯 시대의 분위기, 그리고 청춘 세대의 방황과 고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굿바이 컬럼버스>는 상업영화이면서 비슷한 시기 뉴아메리칸 시네마가 시도했던 실험의 흔적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래리 피어스 감독은 원래 TV 연출자 출신이다. <사건>(1967) 등을 연출하면서 영화적 재능을 인정받았으며 <굿바이 컬럼버스>로 알리 맥그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감독 역시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도 흥행했던 멜로영화 <저 하늘에 태양이>(The Other Side of the Mountain, 1975) 등을 만들었던 래리 피어스 감독은 이후 다시 TV로 돌아가 활동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만들어진 <졸업>이나 <이지 라이더>만큼의 걸작은 아니지만 <굿바이 컬럼버스>는, 감상의 가치는 충분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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