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DVD > Inside DVD
[B급 세계] 신나는 오락, <딥 라이징>

액션어드벤처 <미이라> 시리즈로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다진 스티븐 소머즈. 블록버스터를 연출하기 전 그의 이름을 알리게 된 결정적인 작품은 <딥 라이징>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만의 독창적인 요소라고는 하나도 없는 지독스러울 정도의 싸구려 B급 취향의 괴물영화다. 그 점이 지나칠 정도로 뻔뻔하기 때문에 장르 팬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된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초호화 유람선 승객들이 바다 밑에서 올라온 괴물에게 떼죽음을 당하고, 마침 유람선에 있는 보석을 노리고 침입한 도적 떼들이 정체불명의 괴물과 맞서게 된다. <딥 라이징>을 보고 있으면 많은 영화에서 설정을 빌려왔음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다. 영화 도입부에 깔리는 “남중국해의 깊은 바다 속으로 수많은 배가 실종되었고,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는 자막부터가 19세기 바다의 수수께끼로 알려진 메리 셀레스트의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그 뒤로 이어지는 여러 사건들 역시 남의 것이다. 영화 홍보에서 노골적으로 이를 강조한 전력이 있는데, <다이 하드> <에이리언> <타이타닉>이 만났다는 유명한 카피가 그것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남의 아이디어를 마구잡이로 섞은 데서 만들어진다. 초호화 유람선이 괴물의 습격을 받고 폐허로 변해간다는 재난 상황은 <타이타닉>의 축소판이다. 그리고 도적 떼들이 배 위로 오르게 되면 <다이 하드> 같은 화끈한 총질 액션이 일어나며, 개별적으로 괴물과 만나면 <에이리언>의 상황이 연출된다. 단지 그 규모가 저예산영화의 한계 때문에 스케일이 작고, 시각적인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다르다. 하지만 각각의 요소들을 생각 외로 잘 활용하고 있고, 또 그것들의 조합이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도 상당하다.

<딥 라이징>은 기대 이상으로 볼거리가 많다. CG로 처리된 부분은 아날로그 액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볼거리가 떨어진다. 싼 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탓이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거대한 괴물의 실체는 그 때문에 사실적인 느낌이 조금도 없다.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잦은 총격전과 함께 괴물의 특이한 식습관이(사람을 통째로 집어삼켜 살과 내장은 먹고 뼈만 토해낸다) 만들어낸 산더미처럼 쌓인 피범벅의 해골 장면 같은 아날로그 효과들은 대단히 강렬하다. <딥 라이징>은 좋은 영화를 만들려는 의지나 노력은 보이지 않지만, 오락영화로서의 의무는 다했다. DVD 타이틀의 화질과 음향은 평균적인 수준.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