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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Up] 덩치 커진 키위들의 딜레마
오정연 2006-01-13

뉴질랜드 영화계, <반지의 제왕> 이후 양적 팽창… 제작비 상승과 자국영화 기피 등 문제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웨일 라이더>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두편의 영화는 모두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가 고향이다. 거대한 고릴라가 뛰어노는 해골섬도(<킹콩>), 하얀 마녀와 아슬란이 일대 접전을 펼치는 나니아도(<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뉴질랜드가 없었다면 적어도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뿐 아니다. <반지의 제왕> 속 중간계의 화려한 면모를 기억하는 전세계의 크고 작은 영화들은, 지금도 빼어난 로케이션을 활용하고, 웨타스튜디오와 파크로드 포스트에 시각효과와 후반작업을 의뢰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향한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바야흐로 키위들의 선전. 이쯤 되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밝은 미래에 잠시 의문을 제기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뉴질랜드 출신 영화감독 빈센트 워드는 자국 영화산업의 양적 팽창을 우려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는 “뉴질랜드는 점점 국제적 규모의 영화들의 배경처럼 되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의 감독들이 자국의 문화를 이야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할리우드가 돈을 대고 뉴질랜드에서 촬영·제작하는 거대자본 영화가 많아지면서 뉴질랜드에서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 자체가 상승했다는 것. 과거에는 자국인이라면 누구나, 지극히 작은 규모의 스탭들과 함께 거의 공짜로 풍부한 자연환경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그에 따르면 <킹콩> 이후 그것은 더이상 불가능해졌다. 뉴질랜드 원주민의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저예산영화 <웨일라이더>로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프로듀서 존 바넷은, 작은 규모의 자국영화보다는 거대하고 화려한 대작에 참여하길 바라는 스탭들의 태도를 문제삼는다. 뉴질랜드 정부가 자국영화를 후원하기보다는 거대영화를 유치하기 위해 무분별한 할인을 일삼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뉴질랜드 필름 커미션 대표 루스 할리는 이러한 문제 제기를 단호하게 일축한다. “제작비 상승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지난해 뉴질랜드영화는 필름 커미션 27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그에 따르면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자국영화가 만들어졌고, 이 영화들은 해외에서 각종 수상에 성공했다. 올해 선댄스 경쟁부문 초청작인 초저예산영화 <No.2>의 프로듀서 팀 화이트는 “큰 규모의 영화에서 기술을 익힌 자국 스탭들이 다시 <No.2> 같은 영화의 제작을 돕는다”고 말한다.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평가. 규모에 압도되지 않는, 작지만 내실있는 영화를 향한 키위들의 진심은 결국, 앞으로 그들이 만들 영화만이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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