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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능가하는 호랑이들의 연기, <투 브라더스>
오정연 2006-01-17

폐허가 된 사원의 터에서 두 형제가 태어났다. 어느 날 사악한 인간들이 몰려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헤어진 두 형제는 각각 냉혹한 서커스단과 왕국의 지하감옥으로 보내진다. 용감했던 쿠말은 서커스단에서 소심한 겁쟁이로, 겁 많던 샹가는 고독한 독방에서 사나운 맹수로 길러진다. 먼 훗날 둘은 왕이 주최하는 격투 경기에서 서로 싸워야 하는 운명으로 재회한다. 서로 어린 시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과연 둘은 서로를 알아보고 비극을 피해갈 수 있을까. 빼앗긴 유년과 잊혀진 가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신화 속 위대한 형제의 수난기처럼 들리는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익숙함을 경이로 바꾸는 것은 주인공이 다름 아닌 호랑이라는 점. 게다가 CG도 애니메이션도 아닌 ‘진짜’ 호랑이들이 인간을 능가하는 연기를 선보인다. 그렇다. 이것은 14년 전 험악한 곰을 주인공으로, 눈물없이 볼 수 없는 휴먼(?) 드라마 <베어>를 만들었던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신작이다. 비단 곰뿐 아니라, 문명 이전의 인간(<불을 찾아서>) 등 언어는 없지만 감정을 지닌 존재를 다루는 데 일가견을 지닌 그는 <투 브라더스> 역시, 깜찍한 가족영화로 완성했다. 호기심 많은 고양잇과 동물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형제의 어린 시절은 숨막히게 귀엽고, 장성한 이들의 거친 야성 사이로 엿보이는 장난기에는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물론 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마냥 넋을 잃을 수 없는 불편한 요소들도 존재한다. 영화의 배경은 식민지 시대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이고, 형제에게 수난을 제공하는 것은 돈에 눈이 멀거나 무기력한 원주민이며, 정작 호랑이와 교감하는 것은 맹수 사냥꾼 에이든(가이 피어스)과 총독을 아버지로 둔 소년 라울(프레디 하이모어)이다. 제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 야생과 문명의 딜레마에 대한 고민을 접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짧은 인연을 평생 기억하는 사려깊은 존재로 정글의 제왕을 묘사하는 영화의 화법은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이다. 이는 디즈니풍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고집스럽게 찍은 실사영화, 야생동물이 인간의 애완동물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존재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화라면 한번쯤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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