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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조폭의 불협화음, <투사부일체>
박혜명 2006-01-17

<투사부일체>는 <두사부일체>(2001)의 속편이다. “고졸은 돼야지”라는 보스의 명령에 따라 고등학교에 입학한 조직 2인자 계두식(정준호)이 졸업장을 손에 쥔 장면에서 영화를 끝낸 <두사부일체>의 속편은 계두식이 대학에 입학한 이후 이야기를 다룬다. 1편에서 계두식이 기부금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한 것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해할 텐데, 무식한 계두식이 어떻게 대학에 들어갔을까, 하는 과정은 이 시리즈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투사부일체>는 1편처럼 윤리적·규범적·제도적 공간의 모범이 되는 학교와 그 공간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조폭을 어떻게든 겹쳐놓음으로써 이후 벌어지는 불협화음에 초점을 두는 코미디다.

계두식은 사범대생이다. 그것도 윤리교육과 학생이다! 그런데다가 그는 졸업을 앞두고 교생 실습을 나가게 됐다! 왜 하필 조폭은 ‘윤리’ ‘교육’과를 전공으로 선택했을까, 무척 궁금하지만 <투사부일체>는 계두식의 수능시험 장면을 생략한 것처럼 그 이유를 생략한다. 계두식의 교생일지 <투사부일체>의 드라마 구조는 <두사부일체>를 반사해놓은 듯하다. 계두식은 학교가 요구하는 것들에서 빗나가는 존재다. 그는 아이들과 제법 마음을 트게 되고 그중에서도 내면이 강하면서 외로움을 간직한 여학생과 눈빛이 통한다. 여학생은 알고 보니 사립학교의 재단 비리의 피해자다. 그녀를 위해 계두식은 조폭 2인자로서 조직과 또 자신의 입지와 연관된 중요한 이익을 포기한다.

<두사부일체>에서 <투사부일체>가 한 걸음 나아간 점이 있다면 그것은 영화적인 표현 방식에 있다. CF감독 출신인 김동원 감독은 거칠기만 했던 1편의 화면들을 나름대로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몇몇 액션 시퀀스에서는 자기 패러디적인 설정까지 집어넣는 솜씨를 보여준다. 그러나 코미디영화로서 <투사부일체>는 억지스런 코미디와 주연배우들의 뛰어난 개인기 일부가 뒤섞여, 코미디톤도 고르지 못하거니와 전체적으로는 1편과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여기에 드라마 구조가 1편과 거의 똑같다보니 너무 안이하고 무성의한 속편이 되어버렸다. 제도와 규범에 익숙하지 않은 조폭 출신의 선생이 아이들을 뛰놀게 하고 숨쉬게 하며 비뚤어진 교육자를 응징하는 모습은 대한민국의 지옥 같은 입시교육을 거친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하다. 하나 그 약발이 제대로 받으려면 이야기가 게을러서는 안 된다. <투사부일체>는 1편 때와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로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제 발로 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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