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포커스
10명의 음악평론가들이 뽑은 2005년 베스트 음반 [1]
박혜명 2006-01-20

마돈나부터 시작해야겠다. 이어 로비 윌리엄스, 뉴 오더, 디페쉬 모드, 케미컬 브러더스, 로익솝, 모비, 켄트, 오아시스, 콜드 플레이, 스타세일러, 폴 매카트니, 에릭 클랩튼, 롤링 스톤스, 헬로윈, 빌리 코건(스매싱 펌킨스), 드림씨어터, 시스템 오브 어 다운, 스완 다이브, 하바드,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 자미로콰이 등등이 신보를 내놓은 2005년(취향이 쏠렸고 사대주의에 절었고 네임 밸류만 따진다고 비난해도 좋다. 귀는 두짝밖에 없고 지갑은 텅 비었는데 세상의 모든 음악을 다 듣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최고의 음반을 꼽아달라고 대중음악평론가 10명에게 부탁했다. 어불성설인가? 그렇다면 ‘2005년 그들만의 베스트 음반’이라고 해두자. 10명의 평론가가 각각 한장의 베스트 음반을 추천했고 10장의 베스트 리스트를 보내왔다. 어떤 이들은 순위를 매겼고, 어떤 이들은 무순으로 응답했다. 대부분은 (우리의 요청에 따라) 국내 발매본에 한정해 리스트를 만들었지만 어떤 이들은 수입 음반을 포함했다. 제아무리 각자의 취향대로 음반을 골랐다 해도 제법 중복 언급된 음반들이 있는 것을 보면 명반은 명반으로 평가받게 마련인 듯하다. 대중음악평론가 10명이 선정한 100개의 음반 목록이 2005년 당신이 놓친 보석 같은 음반을 발견케 하는 계기도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 아티스트 여제후의 사랑의 서사시, 이선희 <사춘기>

강헌/ 대중음악평론가·한국대중음악연구소장

한 시대를 일인제국으로 평정한 조용필의 역사적 권위에 비견할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을 지닌 여성 아티스트는 단연 이선희일 것이다. 그는 2005년 봄에 펼쳐놓은 열세 번째 노래의 향연 중 <장미> 단 한곡으로 여제후로서의 그것을 완벽하게 증명한다. 당당하며 단호한, 그러면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숙한 향기를 머금고 있는 이 노래가 흐르는 4분39초 동안 우리는 마치 감전된 것처럼 이선희가 펼쳐놓는 사랑의 서사시의 흐름에 빠져들게 된다.

물론 우리는 보컬리스트로 출발하여 자신의 음악의 주재자로 진화한 몇 안 되는 여성 뮤지션의 목록을 알고 있다. 이상은과 한영애, 그리고 장필순 등등. 하지만 이들은 언더그라운드의 영웅들의 보이지 않는 조력을 받았거나 스스로 언더그라운드로 걸어들어간 이들이다. 거품 같은 인기를 상실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비정한 주류의 경기장에서 예술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연금한 이선희의 경우는 대단히 예외적인 풍경이며 그래서 더욱 소중한 성과인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이 지점에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도탄에 빠진 지금-여기의 한국의 대중음악사는 여성의 손으로 한뜸한뜸 만들어진 이 정교하고도 따뜻한 앨범에 겸허한 경의를 표해야 한다.

오프닝 트랙 <인연-동녘바람>부터 여덟 번째 트랙 <사랑이 깊어지고 있습니다>를 지나 이 앨범의 에필로그인 피아노 솔로곡 <피아노>에 이르는 동안 우리는 단 한순간도 빈틈이 없이 완벽하게 직조된 사랑의 찬가와 조우하게 될 것이다. 이 고귀한 트랙들은 그저 붕어빵 찍어내듯 공장에서 생산된 숱한 사랑 타령과 구별된다. 이 노래들의 갈피마다 피상적인 매너리즘으로는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성숙한 성찰이 음악적 장치로 전환되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속류화한 리듬앤블루스의 발라드가 어지러이 쏟아지는 현시점에서 <사춘기> 같은 곡의 담백한 발성은 어쩐지 밋밋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 노래야말로 수많은 격정의 표현력을 넘어 이선희가 오늘 도달한 투명성의 높이이다.

<사춘기>는 오랜 불황을 넘어 권토중래를 꾀하는 2005년 봄 시즌 한국 대중음악계의 빛나는 축복이다. 이 앨범 역시 시장의 천민적인 논리에 좌절하고 모욕받을지 모른다. 그러나 앨범을 듣고 난 뒤 그 모든 위협도 이 앨범이 분만하는 아름다움의 한 자락을 해칠 수 없다는 확신이 스치고 지나간다.

BEST MUSIC 10(무순)

유열 <Largo>(신나라뮤직) 윈디시티 <Love Record>(T엔터테인먼트) 김건모 <Be Like>(예당엔터테인먼트) 거미 <For The Bloom>(YG엔터테인먼트) 이선희 <사춘기>(Hook엔터테인먼트) 드렁큰타이거 <1945 해방>(도레미) 한대수 <The Box>(서울음반) 김용우 <어이 얼어자리>(서울음반) 웅산 <The Blues>(Blue Note) 스윗 소로우 <Sweet Sorrow>(서울음반)

삶의 향기 품어낸 민중음악의 새로운 길, 연영석 <숨>

박준흠/ 대중음악평론가·대중음악웹진 <가슴>(www.gaseum.co.kr) 편집장·광명음악밸리축제 예술감독

‘90년대 중반 꽃다지의 앨범 이후 가장 완성도 높은 노동가요 음반’이라는 평가를 받는 연영석의 2집 <공장>(2001, 맘대로레이블)을 듣고 있으면 한국에서 ‘노동가요’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게 만든다. “내가 생각하는 노동음악은 ‘노동자의 정체성, 노동자로서의 계급의식을 갖고 그들이 향유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형태를 노래하는 것’이다”라는 신념하에 ‘반복되고 밀려오고 넘쳐나다 죽어가는 신자유주의 사회 민중의 삶을 통렬하게 고발하며’(<공장>) ‘결코 시키는 대로 다하다가 당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이씨 니가 시키는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 연영석의 목소리는 참으로 간절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가 대부분 피해갈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는 시점에서 그의 노래는 절절함 이상의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1천만 노동자’가 있다는 한국에서 역설적이게도 연영석과 같은 ‘노동음악가’의 노래를 들어주는 이가 너무나 적어 보인다. 지난해 광명음악밸리축제의 ‘민중음악30년’ 코너에 연영석은 그의 음악적 파트너인 고명원(편곡, 기타)과 함께 록밴드 체제로 참여하여 1만여명의 관중 앞에서 연주했는데, 이는 아마 그의 음악생활 10년 만에 처음일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연영석과 고명원, 이 둘이 이를 악다물고 ‘질주’하는 자세로 노래 부르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 점에서 이번 3집 <숨>(The Breathe)은 ‘드디어’ 발표되었다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소중하면서도 의미있는 앨범이다. 지난번 <공장>을 듣고 받았던 감동은 이 앨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그의 노래가 갖는 통찰력은 현재의 민중음악가 중에서도 그를 단연 돋보이게 한다. 일례로 ‘이주노동자’ 문제를 신랄하게 노래하는 <코리안 드림>은 ‘누구나’ 쉽게 만들어서 불렀을 법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았음에 놀라게 된다. “때리지 마세요 욕하지 마세요 내 돈을 돌려주세요/ 내 몸이 아파 마음이 아파 여기서 도망치고 파”라는 식의 직설적인 표현은 ‘읽었을 때’는 생경하게 들리겠지만, 그의 해학(?)이 담긴 목소리를 통해서 폭발적인 록사운드를 깔고 ‘들었을 때’는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런 게 바로 그와 같은 노동‘음악가’만이 해낼 수 있는 작업인 것 같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피해자’의 위치에서 어느덧 ‘가해자’의 위치가 되어버린 우리의 자화상을 이렇게 노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표현해서 불편함과 분노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 찬사를 보낸다. 전체적으로 인간과 노동의 문제를 다루는 그의 음악은 한마디로 ‘간절’하면서도 ‘통쾌’해서 나와 같은 평론가에게는 음악평가에서의 기준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자신의 현장작업을 “비현실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게 가능해야 세상이 변할 거라고 생각한다”라는 그의 답변은 참으로 경청할 만하지 않는가?

BEST MUSIC 10

1. 연영석 <숨> 2. 스왈로우 <Aresco>(샤레이블) 3. DJ Son <The Abstruse Theory>(한량사) 4. 문샤인 <Songs Of Requiem>(아트로미디어) 5. 관악청년포크협의회 <Vol.1 꽃무늬 일회용휴지/유통기한>(붕가붕가레코드) 6. 나윤선 with Refractory <Nah Youn Sun with Refractory>(AMP) 7. 트리오로그 <Speak Low>(풍류) 8. 미스티블루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 B>(파스텔뮤직) 9. 게토밤즈 <Rotten City>(쌈넷) 10.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소규모아카시아밴드>(Soulshop)

아프리카 말리의 블루스+마누 차오의 비트, 아마두와 마리암 <Dimanche a Bamako>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EBS-FM <성기완의 세계음악기행> DJ

이 앨범은 정확하게는 2004년 11월에 발매되었지만 2005년에 소개되고 유통되었다. 2005년 한해 동안 월드뮤직 신에서(특히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의 대상이 되었던 음반이라 할 수 있다. 아마두와 마리암(프랑스어로는 Amadou et Mariam)은 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맹인 부부 듀엣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아프리카 말리는 미국 남부의 흑인 떠돌이 음악에서 출발한 ‘블루스’의 진정한 아프리카적인 고향으로 여겨진다. 말리는 특히 20세기 후반에 미국의 흑인 음악, 로큰롤이 역수입되면서 블루스적인 전통과 결합, 독특한 록 음악을 생산해내는 지역이 되었다. 마틴 스코시즈의 블루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중에서 마틴 스코시즈가 직접 만든 <Feel Like Going Home>을 참고하라.

<Dimanche a Bamaco>(바마코에서의 일요일, 바마코는 말리의 수도) 앨범은 아마두와 마리암의 블루스와 마누 차오의 비트가 만나 빚어낸 독특한 화학작용의 결과물이다. 마누 차오는 지금은 해체된 전설적인 프렌치 월드비트 펑크 밴드인 ‘마노 네그라’의 리더로서, 또 솔로 아티스트로서 너무도 유명하다. 한때 남아메리카를 돌아다니며 게릴라들을 후원하기도 했던 그의 편곡과 샘플링은 아마두와 마리암의 블루스를 월드뮤직의 ‘스탠더드’ 비트로 포장한다. 말리인들의 절망, 희망, 아프리카 특유의 순수함이 그 스탠더드로 인해 세계인들에게 이해 가능한 음악 언어를 얻는다. 그것을 좋게, 또 나쁘게도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은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싱글 커트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Senegal fastfood>를 비롯, 모두 15곡이 담겨 있다. 절망 속에서 꿈꾸는 듯한 힘을 느끼게 하는 마리암의 멋진 보컬과 아마두의 칼로 끊어내는 듯한 날카로운 블루스 프레이즈의 기타 사운드가 마누 차오의 라틴풍 리듬과 버무려져 우리의 귀를 깨어나게 한다.

BEST MUSIC 10(무순)

아마두와 마리암 <Dimanche a Bamako>(수입) 영화 <Kill Bill> O.S.T(워너뮤직) 영화 <오로라 공주> OST(서울음반) 윈디시티 <Love Record>(T엔터테인먼트) 화이트 스트라입스 <Get Behind Me Satan>(서울음반) 롤링 스톤스 <Bigger Bang>(EMI) 고릴라즈 <Demon Days>(EMI) 에이머리 <Touch>(소니BMG) 카니예 웨스트 <Late Registration>(유니버설뮤직) 시구르 로스 <Takk>(EMI)

몇 광년 앞선 밴드의 신나는 파격, 시스템 오브 어 다운 <Mezmerize>

성우진/ 대중음악평론가

신선하지는 않지만 꼭 “유쾌, 상쾌, 통쾌”라는 카피를 빌려 써야만 직성이 풀릴 듯한 밴드가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 이하 시스템)이다. 일반적인 팝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2005년 한해 이들이 보여준 활약이나 성과는 역대 사상 최고였다. 헤비메탈 형태의 음악으로는 매우 드물게 거의 모든 음악 관계자들이나 팬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낸 이들은 인디 팝/록 웹진들로부터도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아마추어 시인이기도 한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 대런 맬러키언의 자작시였던 ‘Victims of a Down’을 두고 멤버 전원의 찬사를 얻었던 덕분에, 그 시의 제목에서 첫 단어만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주는 ‘System’으로 바꾸어 지금의 밴드명을 결정했다고 하는데, 이 팀은 1995년 미국의 문화도시 LA에서 특별하게도 아르메니아 태생의 보컬리스트 세르이 탄키안을 중심으로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그리고 드러머의 4인조 라인업으로 결성됐다.

할리우드 클럽가에서 활동하다가 1997년에 레이블 사장이자 명프로듀서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앨범으로도 유명한, 릭 루빈에게 발탁된다. 2005년 이들은 <Mezmerize> 앨범 외에도 공언한 그대로 그 후속편인 <Hypnotize>까지 발매해서 지금까지 차트를 점령 중인데, 시스템의 현재 특징이라면 곡의 중간 중간에 튀어나오는 놀랍고도 재치있는 구성 능력이다. <뉴욕타임스>에서는 이들을 “여타 밴드보다 몇 광년 앞선 밴드”라 표현했는데, 갑자기 중동풍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가 하면, 코믹한 오페라식 창법도 들이민다. 그야말로 21세기 트렌드 중 하나인 엽기 코드를 사용해 변칙의 극단을 달리는 다른 트랙으로 인해 헤비메탈도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세르이의 보컬톤이 가장 돋보이는데 빠른 랩, 샤우팅 그리고 슬로 템포 멜로디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압도한다.

첫 싱글인 <B.Y.O.B.>는 전쟁에 대한 비판을 담아 빠른 속도를 보여주는 기타 리프로 시작해서 변칙적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트랙이면서도 멜로디를 정확히 전한다. <Revenga>는 북유럽풍의 멜로딕 메탈을 연상케 하는 화음이 멋지고, 가장 돋보이며 웃음을 자아내는 엽기 메탈 오페라 <Cigaro>는 탄키안의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노래 연기력이 뛰어난 트랙이다. 블랙 메탈 대부인 킹 다이아몬드가 연상될 정도로 보컬 연기력이 뛰어나다.

BEST MUSIC 10(무순·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시스템 오브 어 다운 <Mezmerize>(소니BMG) 두번째 달 <2nd Moon>(라임라이트뮤직) 오디오슬레이브 <Out of Exile>(유니버설뮤직) 카니예 웨스트 <Late Registration>(유니버설뮤직) 블록 파티 <Silent Alarm>(서울음반) W <Where The Story Ends>(Fluxus) 프란츠 퍼디난드 <You Could Have It So Much Better>(소니BMG) 제임스 블런트 <Back To Bedlam>(워너뮤직) 트리비엄 <Ascendancy>(소니BMG) 윈디시티 <Love Record>(T엔터테인먼트)

한국 포크록 대부의 멀고 먼 37년 음악인생, 한대수 <The Box>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

‘영원한 자유인’ 한대수의 음악여정을 집대성한 박스세트 <The Box>에선 음악인생의 ‘결산’과 앞으로의 ‘행보’를 느낄 수 있다. <The Box>앨범은 타이틀에 걸맞게 데뷔앨범인 <멀고 먼-길(‘74년작)>을 필두로, <고무신(’75년작)> <무한대(‘89년작)> <기억상실(’90년작)> <천사들의 담화(‘91년작)> <1997 후쿠오카 라이브> <이성의 시대, 반역의 시대(’99년작)> <Eternal Sorrow('00년작)> <고민(‘02년작)> <상처(’04년작)> <2001 Live/2CD('05년작)> <Et Cetera>까지 12장의 앨범과 1장의 DVD, 그리고 사진과 글이 곁들여진 두툼한 책자로 구성되어 있다. 항상 ‘불후의 명반’이란 평가를 지겹도록 들어온 1,2집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간 구하기 어려웠던 여러 앨범과, 70년대 말 뉴욕시절 결성했던 그룹 징기스칸의 곡들과 미발표 곡들이 함께 수록된 <Et Cetera>앨범은 오직 박스세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2집 이후 14년 만에 발표했던 명반 <무한대>는 한대수의 천재적 재능이 번뜩이는 앨범이며, 90년대에 발표한 일련의 문제작들은 그가 ‘행복의 나라’와 추억과 향수 속에 박제된 70/80 가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박스세트의 또 하나의 미덕은 ‘디자인’에 있다. <The Box>앨범은 외국의 그것과 비교해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모든 음반이 마치 한 권의 책처럼 예쁘게 포장된 네모난 상자를 처음 열어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번 앨범은 뛰어난 음악과 아름답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보기 좋게 어우러진 걸작 박스 세트이다. ‘트리뷰트’열풍이 몰아쳤던 지난 90년대에도 한대수에게는 그 흔한 헌정앨범 하나 없었다. 이제 그 미안함을 <The Box>앨범으로 조금이나마 대신하고 싶다. 한대수는 자신의 저서 <영원한 록의 신화 Beatles VS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Bob Dylan>에서 이들을 ‘록큰롤의 정액’이라고 설파했다. 한대수, 그는 분명 한국대중음악의 정액이다. 그리고 그 정액은 여전히 음악의 자궁 속을 힘차게 헤엄쳐 다니고 있다.

BEST MUSIC 10(무순·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한대수 <The Box>(서울음반) 유근상, 김준, 박신영 <Kafka>(뮤직마운트) 편집음반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The Best Of Latin American Music>(알레스뮤직) 베보 발데스 & 카를링유스 브라운 영화 <The Miracle Of Candeal> O.S.T(소니BMG) 오마라 포르투온도 <Flor De Amor>(워너뮤직) 초민 아르톨라 & 아마이아 수비리아 <Folk-Lore-Sorta-1>(서울음반) 폴로 몬타네즈 <Guajiro Natural>(코레뮤직) 엔조 엔조 <Paroli>(소니BMG) 유진 프리센 <Arms Around You>(세일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