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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우리 모두의 안식처, <메종 드 히미코>
강병진 2006-02-01

사오리(시바사키 고)에게 자신의 남루한 인생과 엄마의 죽음은 어릴 적 집을 나간 게이 아버지 때문이다. 증오를 키워가던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와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그의 이름은 하루히코(오다기리 조). 바로 아버지의 연인이다. 그는 사오리에게 아버지가 만든 게이들을 위한 실버타운에 와서 일을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아버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살아왔던 사오리. 하지만 유산을 받을 수 있을 거란 하루히코의 얘기에 매주 한번씩 ‘메종 드 히미코’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연출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신작. 쓰마부키 사토시와 이케와키 치즈루 못지않은 일본의 청춘스타 ‘오다기리 조’와 ‘시바사키 고’가 출연한다.

메종 드 히미코

꽃띠 주연배우 못지않게 영화의 가장 큰 중심이 되는 것은 게이들의 양로원인 ‘메종 드 히미코’다. 제작 당시에는 크랭크인을 연기하자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장소 섭외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모두 허탕치고 체념의 목소리까지 나올 무렵 찾아낸 것이 시즈오카에 있는 카페 레스토랑. 해변에 지어져 남프로방스풍 외관이 인상적인 건물이었던 이곳에 촬영을 위해 새롭게 설치한 것은 세탁건조장과 ‘HOTEL’이라는 전광판과 낙서할 담장뿐이라고 한다. 프랑스어로 메종(maison)은 ‘집’. 우리말로 하자면 ‘히미코의 집’을 뜻한다(‘히미코’는 극중 사오리의 아버지 이름이다).

시바사키 고

<배틀 로얄>에서 낫을 쥐고 있던 매서운 눈빛의 소녀를 기억하는지. <고>(2001),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 등으로도 잘 알려진 시바사키 고는 강렬한 연기와 존재감으로 일찍부터 주목받아왔으며, 극과 극을 오가는 상반된 캐릭터를 모두 소화해내는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여배우 중 한 사람이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는 사오리의 지친 일상을 묘사하기 위해 일부러 얼굴에 화장기를 없애고, 이상한 눈썹과 주근깨를 붙이는 등 여배우로서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심통맞은 귀여움으로 가득한 영화 속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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