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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찢는 고통의 자기 성찰 프로젝트, <쏘우2>
정재혁 2006-02-14

폐쇄된 공간, 충격적인 비주얼, 그리고 마지막 반전. 2년 전 제작비 10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의 주목을 받았던 영화 <쏘우>의 후속편인 <쏘우2>는 전편과 동일한 컨셉으로 관객과의 두뇌게임을 시도한다.

아들과 불화가 있던 어느 날, 형사 에릭(도니 월버그)은 여자 동료인 아만다(샤니 스미스)로부터 호출을 받는다. 밀폐된 공간에서 한 남자가 잔인하게 살해되었고, 천장에는 “자세히 봐, 형사 에릭”이란 메시지가 쓰여 있다. 에릭과 아만다는 연쇄살인마 직쏘(토빈 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검거에 나선다. 하지만 직쏘는 또 하나의 게임을 제안하며 여덟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폐쇄된 공간을 알려준다. 에릭은 그 가운데 자신의 아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영화는 에릭의 과거를 통해 마지막 반전을 제시한다.

“삶이냐 죽음이냐. 그것은 당신의 선택이다.”(To live or to die, it’s your choice) 햄릿의 대사를 변용한 이 구절은 직쏘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다. 그가 제시한 게임의 룰은 밀폐된 공간 속 사람들이 제한된 시간 안에 자신을 돌아보며, 다른 사람들과의 공통점을 찾길 요구한다. 하지만 그 ‘자기 성찰’의 과정은 ‘오른쪽 눈 안에 숨겨진 열쇠를 칼로 도려내야 할’ 정도로 고통스러우며, 자신의 ‘목덜미에 쓰여진 숫자를 읽는 일’처럼 타인의 힘을 필요로 한다. 결국 여덟명의 사람들은 이 ‘퍼즐게임’에 실패하고, 인간의 생존본능은 밀폐된 공간을 피로 물들인다.

영문도 모르는 감금, 아무런 설명도 없는 게임. <쏘우2>가 제시하는 이같은 설정은 관객의 흥미를 끌기에 매우 유용하다. 관객은 영화 속 주인공과 함께 게임에 동참하며, 영화가 제시하는 스릴러적 긴장감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쏘우2>는 종종 게임의 허술함을 메우기 위해 직쏘의 설교를 빌려온다. 자신만을 위했던 삶, 삶의 가지조차 모르는 인간에 대한 직쏘의 발언은 그 자체론 정당할지 모르나 장르적 쾌감을 상쇄하는 역효과를 끼친다. 데스 마스크, 철퇴, 손목이 잘리는 유리관 등 게임의 아이템들 역시 신선하긴 하나 이들이 선사하는 유혈낭자한 비주얼이 직쏘가 제안한 자기 성찰에는 미치지 못한다. 살을 찢는 고통의 자기 성찰 프로젝트. 보느냐 마느냐, 그것은 당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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