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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고도 대담한 유머, <음란서생>
김현정 2006-02-22

조선 제일의 문장가라 불리는 선비 윤서(한석규)는 왕실에 위조 족자를 납품한 범인을 잡아오라는 왕명을 받는다. 의금부 도사 광헌(이범수)과 함께 수사에 나선 윤서는 음란소설을 배포하는 황가(오달수)의 유기전을 찾아가고, 우연히 음란소설 한 대목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 그 책에 푹 빠져버린다. 남몰래 음란한 단어들을 적어보는 윤서. 잠못 이루던 그는 추월색이라는 필명으로 <흑곡비사> 시리즈를 써내기에 이르고, 장안 최고의 음란작가 인봉거사를 누르기 위해, 광헌을 삽화가로 기용한다. 윤서는 마음이 끌리는 후궁 정빈(김민정)에게서 소설의 영감을 얻으며 점점 위험하고도 대담한 행동을 시도하게 된다.

개성만발 조연배우

어떻게 이들을 다 모았을까? <음란서생>은 세명의 주연배우뿐만 아니라 저마다 제 몫의 사연을 지닌 조연들을 발견하는 재미 또한 만만찮은 영화다. 일종의 출판업자라고 할 수 있는 황가는 <올드보이> <달콤한 인생>의 오달수가 연기했다. 김대우 감독은 “오달수가 출연을 승낙했다는 전화를 받고 이 영화를 정말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호통치는 목소리만은 30대 장정이 부럽지 않은 윤서 아버지는 이순재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랑받지 못하여 가엾어지는 왕은 <말아톤> <황산벌>의 안내상이 연기하여 짧지만 뚜렷한 인상을 심어준다. <살인의 추억> <달콤한 인생>의 김뢰하는 정곡을 찌르는 캐스팅이라 할 만하다. 거친 사내를 주로 연기한 그는 이번엔 무언가 깊은 속내를 숨기고 있는 듯한 조내관으로 등장한다.

‘음란작가, 음란감독’ 김대우

<음란서생>으로 데뷔하는 김대우 감독은 지금까지 시나리오 작가로 탄탄한 경력을 쌓아왔다. 습작을 써본 적이 없던 그가 두 번째로 써서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이 <얼음물고기>. 뒷날 <송어>로 만들어진 시나리오다. 그 뒤 <결혼이야기 2> <용병 이반> 등을 썼던 김대우 감독은 <정사>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반칙왕>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으로 명성을 더욱 단단하게 다졌다. 세련되고 회화적인 이미지에 능했던 그가 전반부는 코미디에 가까운 <음란서생>을 썼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는 이가 많았다는데, 이에 대해 김대우 감독은 “원래 잡문을 쓸 때는 유머있게 쓰는 걸 좋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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