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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봅시다] 변장하는 법
김나형 2006-03-03

<빅 마마 하우스: 근무중 이상무>

변장의 가장 초보적인 단계는 소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이 오브 비홀더>의 조안나가 대표적인 케이스. 가발, 선글라스, 머플러 등을 적극 활용한다. 소품을 이용하면 두 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첫째는 얼굴을 가리는 것이고, 둘째는 특정 부분에서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사람은 상대의 인상적인 부분을 기억하게 마련. 따라서 긴 머리를 짧게 자른다거나, 생머리를 폭탄머리로 바꾼다거나, 금발로 염색한다거나 하면 한순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변장이 평소 생활이 아니라면 이런 부분은 일상을 고려해서 하길 바란다. 모자나 선글라스 정도를 추천한다.

소품을 이용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만 속여야 할 상대와 장기적으로 같이 지내야 한다면 어려움이 크다. 매일 선글라스와 머플러를 쓰고 다녀서야 미친X 소리를 듣지 않겠나. 이쯤 되면 둘째 단계가 필요하다. 성 전환이나 나이 전환을 시도하는 것. <빅 마마 하우스: 근무중 이상무>나 <화이트 칙스>를 참고하기 바란다. 여자가 남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고 섹시하지만, 남자가 여자로 변장하는 것은 (이준기 정도의 외모가 아니라면) 참으로 어렵다. 참고로 웨이언스 형제는 <화이트 칙스>를 찍을 때 전신화장, 보디페인팅, T팬티와 보정속옷 착용 등의 수고를 감내하며 12시간씩 분장했다.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으로 변장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단, 이런 극적 변장을 할 때는 외모뿐 아니라 행동도 바꿔야 한다. 여장을 하려면 마음까지 여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변장의 가장 고급 기술은, 별것 하지 않으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다. <리플리스 게임>의 리플리를 참고하라. 그는 흔한 콧수염 하나 붙이지 않고 불쑥 나타나 살인하고,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므로 쫓지도 못한다’는 식의 초강수 태연함을 보인다(게다가 맨 얼굴로 정말로 잡히지 않고 잘 살아간다). 대단한 것 같지만 어찌 보면 별것도 아니다. 당신과 나도 회사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맨 얼굴로 정말 다른 짓하며 살아가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어떤 영화 주인공보다 더 드라마틱한 변장남녀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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