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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냉소적인 농담, <시티즌 독>
강병진 2006-03-16

“도시에 가면 엉덩이에 꼬리가 자란단다.” 할머니의 무시무시한 경고와는 달리 일자리를 구하러 방콕에 온 팟(마하스무트 분야락)은 오히려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다. 다시는 손가락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경비원으로 직업을 바꾸지만, 폐소공포증 때문에 이번엔 숨 쉬기가 힘들어 고생이다. 그나마 그가 숨 쉴 수 있는 건 ‘산소 같은 여자’ 진(상통 켓우통) 덕분. 같은 건물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진은 뜻 모를 하얀 책을 품고 다니며, 무엇이든 정리하고 청소하는 여자다. 모두 그녀가 미쳤다고 하지만 진에게 사랑을 느낀 팟은 그녀의 편안한 귀가를 위해 택시기사로 직업을 바꾼다. 데뷔작 <검은 호랑이의 눈물>로 칸·밴쿠버·부천 영화제를 접수했던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의 후속작이다.

시티즌 독

위시트 감독은 도시에서 익명으로 묻혀 사는 노동자 계층을 ‘시티즌 독’으로 표현했다. 극중에서 할머니가 팟에게 하는 경고 또한 감독 자신의 ‘염려’일 듯. 이 영화가 “대도시의 소인들(Big City, Small People)에 관한 스케치”라는 그의 말처럼 <시티즌 독>은 도시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냉소적인 농담들로 넘쳐난다. 꿈이 없는 남자 팟과 꿈이 너무 많아 넘치는 여자 진, 그리고 ‘헬멧 비’에 맞아 죽어서도 다시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퀵서비스 맨과 소음중독에 걸린 여자아이 맴 등 모두 도시에서 상처받았지만, 도시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도시견(犬)’들인 것이다.

유쾌발랄 포스터

<시티즌 독>의 포스터는 언뜻 보기에 황당하다. 하늘에선 ‘오토바이 헬멧 비’가 내리고, 도마뱀은 할머니의 얼굴을 하고 있다. 또 MBC 드라마 <>에서 신이의 솔메이트로 출연하는 테디베어는 담배를 물고 있다. 그만큼 <시티즌 독>은 유쾌발랄한 상상력이 가득한 영화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도시 한가운데 불쑥 솟은 거대한 플라스틱산. 우연히 매립장 한가운데에서 자라나는 한 그루의 나무를 본 위시트 감독은 그 이미지를 통해 “현실이 거칠고 척박하다고 해서 허황된 꿈만 좇는 삶보다는 바로 옆의 행복을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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