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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맞는 캐릭터를 찾아 낸 권상우의 빛나는 재능, <청춘만화>
박혜명 2006-03-21

“1895년,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라는 위대한 것을 발명했다.” 체육대학 학생 지환(권상우)의 목소리로 영화 <청춘만화>는 시작한다. 성룡을 보며 자란 지환의 꿈은 최고의 액션배우가 되는 것. 사실 그는 아르바이트 삼아, 경험 삼아 겸사겸사 다니는 액션스쿨에서 자잘한 스턴트 역을 맴돈다. 영화는 달래(김하늘)에게도 목소리를 내준다. 거울 앞에서 어설픈 연기를 해보이는 달래는 사실 심장이 콩알만 해서 오디션만 봤다 하면 탈락이다. 그녀와 지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10년 넘게 우정을 유지해왔다. 늘 티격대면서도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각별하다.

<청춘만화>는 서로 비슷한 꿈을 가진 두 남녀의 청춘드라마이자 그들의 오랜 우정이 사랑이었음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코미디다. 꿈과 사랑, <청춘만화>는 이 두 가지 주제에 모두 방점을 찍고 시작한다. 만화적 상상력을 대담하게 끌어들여 지환과 달래의 꿈을 꼼꼼히 그려내는 초반부를 보고 있으면 사랑은 둘째치더라도 적어도 꿈에 관한 한 이 영화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하는 세상 많은 청춘들의 속깊은 일기장이 돼줄 것 같다. 권상우, 김하늘 두 주연배우의 3년 전 첫만남이었던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연상시키는 극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이는 특히 자신에게 꼭 맞는 캐릭터를 찾았을 때 강력히 빛나는 권상우의 재능 때문인데, 언행은 얄밉고 비굴하고 비딱해도 진심은 착하고 순수한 캐릭터 지환을 통해 배우 권상우는 불필요한 에피소드나 군더더기 장면들에 존재의 이유를 부여하곤 한다.

이렇게 <동갑내기…> 정도의 유쾌함을 뒤섞어 초반부의 매력만 개성으로 유지하고 갔더라면 <청춘만화>는 ‘네 곁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보고 나서야 너를 향한 내 사랑을 깨달았어’류의 멜로 플롯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응원해주고 싶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이은주, 손예진, 차태현 주연의 시한부 멜로 <연애소설>로 데뷔한 이한 감독은 돌연 엄청나게 비극적인 사건을 터뜨리더니 나머지 극을 심각하게 이끈다. 꿈이 좌절되고 달콤새콤했던 우정인지 사랑인지마저 끝날 것 같은 상황은 초반부처럼 고민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손쉽게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믿고 채워진 관습적 표현에 가깝다. 패배감을 애써 감추고 끈질기게 꿈에 매달리려 했던 지환과 달래의 얼굴은 사라지고 없다. 청춘은, 혈기도 가졌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에 덤빌 수 없다는 걸 깨달을 머리도 가졌기 때문에 힘차 보이면서도 힘겹다. <청춘만화>는 그것의 사랑스러움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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